이란에서 불어온 악재로 주식시장이 휘청이는 가운데서도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빛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신고가를 다시 썼다.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당분간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800원(4.04%) 오른 9만7800원에 마감했다. 2001년 2월 이후 약 19년 만의 최고가다. 삼성전자도 이날 900원(1.61%) 오른 5만6700원에 마감했다. 장중 5만74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2017년 11월 반도체 슈퍼사이클 정점에서 세웠던 사상 최고치(5만7520원)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2427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17일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SK하이닉스에도 178억원의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글로벌 투자회사 코웬그룹이 메모리 가격 반등을 예상하며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50달러에서 70달러로 상향 조정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는 전날 뉴욕증시에서 8.77%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1.78% 상승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D램 펀더멘털 개선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낸드플래시 역시 새로운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에 따라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일 일본 낸드 기업인 키옥시아(도시바 반도체) 공장에서 불이 난 것도 한국 메모리 기업들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먼지에 민감해 정전보다 화재에 더 취약하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염, 훼손된 웨이퍼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2013년 SK하이닉스도 우시공장 화재 후 결국 D램 장비를 한국으로 이설했다”고 분석했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6월 있던 정전으로 3개월간 생산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돈 것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도체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이 1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반도체 사업부 중심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