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봉세 회장 "복지·신뢰 높이면 좋은 직원·성과 저절로 따라오죠"

입력 2020-01-07 17:34
수정 2020-01-08 02:59
경기 군포시에 있는 화장품 제조업체 씨엔에프 본사. 하루 250만 장의 마스크팩을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선 곳이지만, 1층 문을 열면 쇼룸처럼 꾸며진 330㎡가량의 북카페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 휴게 공간에선 직원들이 스크린야구와 골프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팩으로 연매출 2000억원을 올리는 씨엔에프의 추봉세 회장(64·사진)은 7일 기자와 만나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직원들이 품질 높은 제품을 생산한다”며 “로레알 등 글로벌 파트너들도 직원 공간을 보면 구글에 있는 것 같다고 칭찬한다”고 말했다.


전원 정규직 회사 세운 ‘영업왕’

추 회장은 지난해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가 수여하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기술혁신을 통한 사세 확장은 물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씨엔에프는 로레알, LG생활건강, 토니모리 등의 마스크팩을 수탁생산하는 국내 1위 마스크팩 제조 업체다. 1년에 찍어내는 마스크팩만 7억5000만 장.

이곳 직원들은 사내복지가 대기업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다. 전체 직원 259명이 모두 정규직이다. 웬만한 중견기업에서는 쓰기 어려운 난임휴직이나 남성 육아휴직도 자유롭게 쓴다. 추 회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더니 2년 만에 직원이 두 배로 늘어났다”며 “우수한 직원이 모이고, 이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회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추 회장이 화장품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83년.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감성적인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옛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다. 그는 “서성환 태평양화학 창업주의 발탁으로 입사 4년 만에 ‘에뛰드’ 창업 멤버로 합류해 7년을 더 근무했다”며 “영업부장으로 있을 때는 한 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11년간의 직장 생활을 통해 배운 것은 직원, 거래처와의 ‘신뢰’였다”고 말했다.

제품을 싣고 나르는 야적장에는 층층이 쌓여 있는 피로해소 음료 박스가 눈에 띈다. 추 회장은 “하루 50대가량 들어오는 트럭 기사들을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도 ‘갑질’”이라며 “음료 제공과 함께 대기 시간도 알려주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뢰로 외환위기도 극복”

초반엔 사업이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창업의 부푼 꿈을 안고 1995년 지금의 회사를 세웠지만 1997년 닥친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맞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거래처가 줄줄이 도산해 돈줄이 막혔다”며 “두 달간 대금 결제를 못 해줬지만 그동안 거래처와 쌓아온 신뢰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아이템은 마스크팩이었다. 일상적인 피부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스크팩 시장이 커질 것이란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추 회장은 “지금이야 마스크팩이 익숙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생소한 아이템이었다”며 “마스크팩을 연구하려고 은행 빚을 내가며 일본 출장길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라라츄’를 출시해 올해 본격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키워볼 계획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회사가 성장해야 지속적으로 직원 복지 개선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성장해 급여를 높여주는 게 ‘최고의 복지’”라며 “사외에선 사회공헌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기업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군포=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