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일 보수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도·보수진영의 통합 논의가 ‘속도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러나 주요 통합 파트너인 새로운보수당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한국당 내 반발도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황 대표는 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민주국민연합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유우파의 통합”이라며 “자유민주세력이 뭉치지 않으면 거악에 맞설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켜 본격적인 보수통합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또다시 ‘통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제시한 보수재건 3원칙을 전격 수용한다고 선언하면서 통합 논의에 불을 붙이려던 계획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유 의원이 제안한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 등 3원칙에 당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황 대표가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이날 “(보수재건 3원칙 수용에 관한 입장을)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다. 똑같은 얘길 반복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당 안에서는 보수통합의 방향과 방식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의 통합 의지는 분명한데 뒤에 숨어 황 대표의 판단을 흐릿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또 다른 한국당 의원은 “제1야당인 군소정당에 몸을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새보수당은 황 대표의 보수재건 3원칙 수용과 함께 한국당 측에서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 먼저 제시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황 대표가 전날 제안한 통추위에 대해 “묻지마, 무조건 통합으로는 국민 신뢰를 절대 받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런 (보수통합) 논의에 휩쓸리기보다 우리가 갈 길을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보수통합을 두고 각 세력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배경엔 결국 ‘빅텐트’를 쳤을 때 지도부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걸려 있다. 황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등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 하는 ‘지분 싸움’이다. 이날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의 ‘2020 시민사회 신년회’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은 “황 대표에게도 ‘공천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했다”며 “통추위에서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운천 새보수당 공동대표는 이에 “(한국당이) 안 비워놨으면 (통합에)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