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산간지역 택시요금 할증 논란…"불법 바가지 요금" vs "오지 특성 고려해야"

입력 2020-01-07 16:05
수정 2020-01-08 02:46
‘강원도에서 택시 사기를 당했습니다.’

지난달 28일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이 같은 제목으로 올린 동영상 때문에 택시기사와 인제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외국인 친구와 강원도를 방문해 콜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를 탄 지 3분도 안 돼 요금이 6900원이나 책정됐다는 것. 택시기사가 대기 장소에서부터 미터기를 찍고 온 데다 요금이 133m당 180원씩 올라간 것이다. 133m당 100원인 시 단위 지역의 요금보다 80% 비쌌다.

당시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택시 출발지부터 찍고 오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인제군도 “부당 요금이 맞지만 제재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해 논란을 자초했다. 인제군은 지난해 3월까지 택시 출발지에서부터 미터기를 찍을 수 있도록 하는 택시요율고시를 유지하다가 미리 미터기를 찍을 수 없도록 고시를 바꿨다.

“10㎞ 넘게 이동하면 누가 운행하겠나”

일각에선 택시 출발지부터 승객의 콜 지점까지 10㎞를 넘게 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 산간벽지의 택시기사들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도시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봐가면서 산간벽지까지 갈 이유가 없어 대중교통이 뜸한 산간에 근무하는 군인이나 주민들이 도리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법제처는 2016년 택시기사와 승객이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미터기에 반영하지 않은 요금을 받는 것은 현행법에 어긋난 부당요금이라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실제 출발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없는데 미리 미터기를 찍고 오도록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이 출발지에서부터 미터기를 미리 찍는 관행을 전부 불법으로 정하는 것은 현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라는 게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과 업계의 설명이다. 논란이 된 인제군의 경우 택시 콜비는 1000원이다. 인제군 관계자는 “대부분 택시는 읍 지역이나 터미널 근처에서 대기한다”며 “군부대나 관광지까지 이동거리가 1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리 미터기를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지자체는 산간오지에 많다. 강원 양구와 화천, 평창 등 인제군 인접 지자체들도 택시의 출발 지점으로부터 승객의 목적지가 귀로 방향이 아니면 출발 지점부터 미터기 요금을 적용한다. 전남 곡성과 영광은 승객을 태우지 않은 공차 구간이 장거리일 때 승객과의 합의로 대기 장소부터 미터기를 쓸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 같은 경우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강원 영월은 거리 대비 운행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특정 구간에 대해 정액제를 유지하고 있다. 곡성군 관계자는 “미터기를 미리 찍었다가 문제가 된 사례가 최근 1~2년간 종종 있었다”며 “대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콜비 인상이나 구간 추가요금 검토”

인제군에서 133당 180원씩 요금이 올라간 것은 왜 그런 걸까. 국토부는 지역 사정을 감안할 수 있도록 시 단위 거리요금보다 60~80% 비싸게 받는 ‘복합할증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복합할증을 적용하더라도 수십㎞에 달하는 이동 거리를 택시기사들에게 보상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한다. 강원도택시조합 관계자는 “2만원어치 거리를 빈 차로 갔다가 5000원만 받고 다시 2만5000원어치 거리를 빈 차로 나오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오지로 택시를 운행하러 가는 기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인제나 양구, 화천 등 산간오지는 터미널로부터 20~30㎞ 떨어진 곳에서 콜이 오는데 이 거리를 빈 차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콜을 한 승객이 터미널로 나오는 경우 미리 미터기를 찍지 않아도 복합할증으로 보상이 되기 때문에 기사들이 운행에 나선다. 하지만 터미널로부터 더 먼 지역으로 운행하는 경우 별도의 보상책이 없으면 기사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강원도와 인제군은 콜비 인상이나 특정 구간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택시 이동거리가 긴 전남 구례의 경우 지난해 택시요율고시를 바꾸면서 면 단위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소속된 면 지역에서만 운행이 가능한 택시다. 구례군 관계자는 “면 지역에 택시를 공급할 수 있지만, 운행 지역을 두고 택시기사 간 갈등이 많아 장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