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준비하면서 경제 분야 메시지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사 분량의 절반 이상을 경제와 민생에 할애했다. 핵심 키워드인 포용과 혁신, 공정을 강조하면서 “확실한 변화”를 여섯 번이나 언급했다.
경제가 ‘상생도약’의 핵심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더 좋은 기업 투자 환경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 없던 내용을 추가하며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또 “설비투자와 수출을 확대해 플러스로 반등시켜 성장률 상승으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걸맞은 투자유인책도 제시했다. 총 100조원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투자촉진 세제 3종 세트’ 같은 투자 인센티브 확대도 예고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더욱 늘리고 신산업 분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맞춤형 기구 구상도 내놨다.
경제계는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정책의 실질적 수립과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정책 방향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소비와 투자, 수출을 촉진할 구조와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들을 수립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 수출규제를 기업, 노동계, 정부, 국민이 함께 극복한 사례에 대해 ‘상생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 동안 못한 일이었지만 불과 반년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냈다”며 대외여건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경제 도약의 엔진으로 삼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다섯 개가 추가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늘리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산업 분야를 제2, 제3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재차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 못지않게 상생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연초 경제분야 핵심 키워드로 앞세운 ‘상생 도약’도 함께 잘살자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하며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 등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고용 악화’, 올해는 ‘지표 개선’
고용에 대해서도 지난해와 달리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지표 악화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강조했으나 올해는 일자리 회복 지표에 방점을 두며 추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의 고용 인식이 시장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으며 청년 고용률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 고용 부진을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 환경과 관련해 “노동조합 조직률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한 반면 파업에 따른 조업손실 일수는 최근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힘입어 2016년 10.3%이던 노조 조직률은 2018년 11.8%로 상승했다. 2019년에는 전년 기록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대 수혜자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광주형일자리 등 지역상생형 일자리도 반대하며 각종 무리한 청구서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두고 ‘친노동 정책의 역설’이라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심각히 고장 난 것 같다. 국민 누구도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절대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발 현실로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혹평했다. 강성업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 국정 운영에 대한 반성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며 “대통령의 국정 상황 인식은 여전히 무사안일”이라고 비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