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규근 총경이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연두색 수의를 입고 처음 법정에 출석한 윤 총경은 재판 시작 전 방청객을 찬찬히 둘러보거나 의자에 기대앉아 검찰 측을 쳐다보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7일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총경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기일엔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어 윤 총경은 법정에 출석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의 요지를 읽는 동안 윤 총경은 손깍지를 끼고 검찰 측을 빤히 쳐다보거나 변호인과 사건 기록을 넘겨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윤 총경측은 4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버닝썬 사건 수사 중 가수 승리 측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 단속 관련 내용을 알아봤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범죄에 공모하지 않았다"며 "부하직원이 단순히 어떤 내용으로 단속됐는지 알아본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행위까지 직권남용이라고 한다면, 수사기관의 재량과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모든 일이 직권남용이 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승리의 사업파트너인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운영하는 주점에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변호인은 이어 "언론 보도로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을 때 문제가 된 것은 승리나 유인석 전 대표 등에게 피고인이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며 "수사에선 그런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고 수사기관이 먼지털기식 수사를 해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수사가 이뤄져 공소 이뤄졌는지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총경 측은 특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의 정모 전 대표가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준 대가로 수천만원대 주식을 받고, 정 전 대표가 알려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혐의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정 전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없고 피고인은 주식거래를 통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반박했다.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에게 텔레그램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게 하고 휴대전화를 한강에 버리도록 한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선 정 전 대표와 강남경찰서, 수서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윤 총경은 '변호인의 설명이 본인 입장과 같으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예 맞습니다"라고 답한 것 외에는 따로 법정에서 발언하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직후 윤 총경은 변호인 3명과 둥글게 서서 2분 가량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변호인은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것은 직권남용 사건 하나이고 나머지는 전혀 허위사실"이라며 "승리와 유리홀딩스는 개인적인 인간관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윤 총경 때문에 휴대전화를 버렸다고 진술한 내용에 대해선 "피고인은 그런 기억이 없다"며 "정 전 대표가 자신이 버린 것에 대해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