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은 물러가라. 밀어내! 일보 앞으로."(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 출근이 또다시 실패했다. 지난 2일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닷새 째다. 기업은행 노조가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부르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윤 행장은 7일 오전 8시40분께 을지로 본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윤 행장이 본점에 나타난 건 지난 3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 측을 향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님 어디있느냐"고 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노조 측의 거부로 대화는 무산됐다.
윤 행장은 이후 약 10분간 머물다가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풀겠다"면서 노조의 투쟁에도 출근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측은 '출근 저지 투쟁'이 관행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2017년 수출입은행장으로 지명될 당시 일주일간 출근하지 못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저보다 빨리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분노를 표출했다.
윤 행장이 노조의 반대에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다. 양측이 출구전략을 세워 합의점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가 윤 행장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동 이사제(노조 추천 인물이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제도) 도입 등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이 동반 투쟁에 나섬에 따라 갈등이 단기간에 봉합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총파업 등 집단행동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 만큼 노조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노조는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윤 행장이 대화를 요청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는 상황이다. 당분간 논란이 이어지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분명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