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4번(1900)은 그의 곡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밝은 편이다. 특히 “우리는 천상의 삶을 누리니 덧없는 것은 필요 없네”라는 명랑한 소프라노 독창으로 시작하는 4악장은 ‘천상의 삶’이라고 불리곤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중간부 가사는 뜻밖에 기괴하다. 요한이 붙든 사랑스러운 어린 양을 백정이 도축하고, 누가는 거리낌 없이 소를 도살하며,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으러 달려간다는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다. 가사는 독일에 전승된 민중시에서 따온 것인데, 말러의 음악은 살짝 비트는 순간만 있을 뿐 대체로 천국적이다.
말러가 과연 먹거리로서 동물의 희생을 당연하게 본 것인지, 아니면 그런 희생에 대한 고마움이나 죄의식이 없는 인간을 빈정대기 위해 이 가사를 택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원시를 보면 전자가 맞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과도한 육식이 초래한 지구 환경과 생명존중의 이슈를 생각하면 이제는 후자에 무게추를 두고 싶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