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의 파도가 금융권을 덮치고 있다. 은행과 보험·카드사 모두 새해 수익성 악화를 예상하고 대비에 나섰다. 저금리로 이자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진 데다 저성장으로 수익 기반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은행들은 오픈뱅킹 서비스 도입으로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금융소비자의 은행 간 이동이 쉬워진 만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 보험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경쟁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카드업계 경영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의 간편결제 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마이페이먼트 등 기존 결제시장을 뒤흔들 이벤트가 예고돼 있다.
그럼에도 이들 금융회사 모두 돌파구는 있다고 믿는다. 답은 혁신금융이다. 은행은 오픈뱅킹으로 고객을 빼앗길 위험이 커진 만큼 새로운 고객 유입 가능성도 커졌다. 보험사는 인슈어테크로 젊은 금융소비자를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위기이자 기회
오픈뱅킹은 은행 앱(응용프로그램) 하나만 깔면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핀테크 업체까지 오픈뱅킹에 참여하게 됐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오픈뱅킹 아래에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등 다양한 혜택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유망한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는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올해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M&A를 꾸준히 검토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어 핀테크, 빅테크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폭넓은 산학·민관 협력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리더’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팔로어’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적 성장보다 기업가치
보험산업은 수년 전부터 저금리·저성장·저출산이라는 ‘3저(低)의 늪’에 빠져 있다. 올해 주요 보험회사는 양적 성장을 우선시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짰다. 보험연구원은 “보험회사들이 양적 성장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기업가치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1월, 생명보험협회는 12월 모든 회원사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가운데 ‘자정 결의’를 하기도 했다. 일부 업체 간 과열을 빚은 시장점유율 경쟁을 끝내고, 소비자 중심 경영에 집중하자는 약속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 시 최대 10만원어치의 건강관리기기 제공을 허용하고, 보험회사의 핀테크·헬스케어(건강관리) 기업 투자 규제를 완화했다. 보험업계가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동력을 찾아보라는 의미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단기 영업 성과 중심에서 장기 내재가치 중심으로 경영목표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혁신 필요
카드사 CEO들은 2020년 위기를 뛰어넘을 경영 전략으로 공통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꼽았다. 시장점유율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임영진 사장은 신년사에서 “정보통신기술(ICT)업, 제조업, 유통업 등 다양한 플레이어와 생태계 전체 파이를 키우는 ‘공생의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빠른 기술 및 환경 변화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개인화한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데이터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도 ‘디지털에서의 확고한 차별성’을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이 사장은 “쉼 없이 신기술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