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올해는 기필코 살을 빼겠다’는 결심을 하는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 성수기는 흔히 여름철로 여겨지나, 1월도 그 못잖게 의지 충만한 다이어터가 늘어나는 시기다.
올해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칙 첫 번째는 바로 ‘탄수화물과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기’다. 무작정 탄수화물과 이별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여러 부작용의 가능성을 키운다. 특히 의지가 약해지는 순간 과식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탄수화물을 건강한 ‘동반자’로 삼는 게 ‘다이어트 롱런’의 비결이다.
한국인은 유독 탄수화물에 가장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것은 물론 면, 빵, 국수 등 ‘하얀 탄수화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대로 먹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사람도 다수다.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 얼큰한 찌개를 더하다보면 탄수화물 섭취량은 급격히 늘어난다.
‘탄수화물 중독’은 미각중독 중 가장 보편화된 게 사실이다. 실제로 단백질·지방중독은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탄수화물 자체가 당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단맛 중독’에 빠진 것으로 봐도 된다.
왜 하필 ‘탄수화물’을 탐닉하기 쉬운 것일까. 이는 탄수화물이 일으키는 신체 매커니즘 때문이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분비시켜 혈당을 낮춘다. 인슐린은 당 흡수를 촉진하고,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을 두뇌로 운반한다.
이때 뇌로 전달된 트립토판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 물질 ‘세로토닌’을 분비한다. 문제는 세로토닌 분비가 떨어지면서 좋았던 기분이 나빠지고 의욕을 상실하는 등 일종의 ‘금단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소화 및 흡수가 천천히 일어나는 건강한 탄수화물은 이같은 현상을 오래가게 만들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제된 고탄수화물을 먹으면 이같은 분비 및 흡수속도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빨라진다. 고탄수화물을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인체는 일시적인 저혈당 증세에 노출되며, 뇌는 다시 혈당을 높이기 위해 탄수화물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증상이 반복되며 탄수화물 중독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또한 밀가루가 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엑소르핀’은 일종의 마약처럼 밀가루 의존도를 높이는 주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유로 현대인 대다수는 탄수화물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탄수화물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수칙은 바로 ‘규칙적인 식사’다. 세끼를 꼬박 챙겨야 한다. 다이어터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할 수 있지만, 이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매일 같은 시간에 영양균형을 맞춘 열량과 영양소를 공급함으로써 다른 음식 생각이 나지 않도록 체내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물론 단백질 6, 탄수화물 2, 지방2의 비율을 지켜야 한다. 충분한 섬유질을 추가하면 당분 흡수가 지연돼 급격한 인슐린 분비를 막을 수 있다.
또 끼니를 거를수록 정제 탄수화물이 당길 수밖에 없다. 한 끼를 굶으면 혈당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너지를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는 고탄수화물에 손을 뻗치게 된다.
이와 함께 쌀밥 대신 현미밥, 감자 대신 고구마, 흰 빵보다 통밀 빵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요소다. 올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면 칼로리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를 중요시하는 것부터 실천해보자.
다만 끼니마다 정제된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배가 헛헛하고 다른 음식이 생각난다면, 비만클리닉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전문가와 충분한 영양상담을 한 뒤 고탄수화물과 점점 멀어지는 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