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기생충' 새 역사 썼다 …골든글로브 3개 부문 노미네이트 '외국어영화상 수상'

입력 2020-01-06 12:09
수정 2020-01-06 12:11


"서브 타이틀의 장벽을 1cm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6일 오전 10시(한국시각)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기대를 모았지만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는데 만족해야 했다.

'기생충'은 앞서 진행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베스트 모션픽처-포린 랭귀지) 부문에서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를 비롯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더 페어웰'(중국계·미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 쟁쟁한 작품들과의 경합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진 감독상 부문에서도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았지만 '1917’(샘 멘데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과 감독상을 겨룬 끝에 수상에는 불발했다.

이 부문에서는 샘 멘데스 감독이 수상했다.

한국 영화 최초 골든글로브서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무대에 올라 "놀랍다. 믿을 수 없다"고 감탄했다.

그는 외국어영화상 수상시 무대에 올라 "서브 타이틀의 장벽을 1cm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많은 멋진 세계의 영화와 같이 할 수 있어 그 자체가 영광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모두 즐길 수 있는 단 한 가지 언어는 바로 영화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외국 영화라는 보이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 영화제 수상한 기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생충'은 영어 대사가 50% 이상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골든글로브 규정에 따라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최초이며, 후보 지명 자체도 최초였다.

'기생충'의 골든글로브상 수상은 칸영화제 작품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에 이어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계의 높은 벽을 넘은 기념비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손꼽히며,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전초전이기 때문에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다음달 열릴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수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기생충은 현재 이 시상식 국제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 후보로 지명됐다. 최종 후보작은 오는 13일 발표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