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는데 아람코 주가는 하락…"석유시설 공격 우려"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입력 2020-01-06 11:16
수정 2020-01-06 11:23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가가 기업공개(IPO) 이후 최저치로 내렸다.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서 역내 갈등으로 인해 아람코의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 주가는 전일대비 1.7% 하락한 34.55리얄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IPO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사우디 등 중동 주요국은 증시를 토요일에 휴장해 일요일에는 주식 거래가 이뤄진다.

이날 아람코 주가는 지난달 31일 주가(38.70 리얄)에 비하면 10.7% 하락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간 긴장 격화로 세계 유가가 오름세인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한 이후 유가는 오름세가 뚜렷하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배럴당 70.0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대비 가격이 2% 이상 올랐다. 작년 9월 사우디 내 아람코 핵심 석유시설 두 곳이 피습 당한 직후 치솟았던 당시 가격(67.68달러) 보다 더 높은 가격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2% 가까이 오른 배럴당 64.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통상 유가가 오르면 석유기업인 아람코 주가가 오르지만, 이번엔 사우디의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가와 아람코 주가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이 유조선이나 천연가스 운반선 등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방해하는 등 보복에 나설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격화하면 종종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다. 가장 좁은 구역은 폭이 34㎞에 불과한 반면 운행 선박이 매우 많은 편이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분의 1 정도가 이를 지나고, 중동 일대 화물선도 주요 교통로로 쓰고 있다.

이란이나 이란 대리군이 미국과 친밀한 사우디의 석유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아람코 주가가 내린 이유다. 작년 9월엔 사우디 동부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드론 공격을 당해 한동안 일평균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 이상이 깎였다. 당시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이 공격 주체를 자처했다. 미국과 사우디 등은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포천지는 “미국과 이란간 갈등으로 초조해진 투자자들이 아람코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천지에 따르면 중동 주요 국가 증시는 5일 대부분 하락했다. 쿠웨이트 증시는 4% 이상 떨어졌다. 이집트 증시 EGX30지수는 4.4% 내렸다. 같은날 사우디 타다울 증시는 2.5% 내렸다.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이스라엘, 오만 등의 증시도 약세를 보였다.

UAE 아부다비 기반 투자회사 알다비 캐피털의 무함마드 알리 야신 알다비 수석전략책임자는 “중동 일대 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은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길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레딧스위스의 파드 이크발 중동연구원장은 “향후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살해 사건에 언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