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병관 관세사 “관세사, 관세·무역분야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할 것”

입력 2020-01-03 16:38
수정 2020-01-03 16:39

관세사는 수출입기업의 통관 업무와 관세·조세·세액 컨설팅 등의 역할을 하는 국가자격사다. 법인이 세무사를 통해 세금 업무를 처리하고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수출입기업들은 관세사를 통해 이를 맡길 수 있다.

매년 90여명 밖에 뽑히지 않는 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비교적 낮지만 수출입 통관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존재다.

특히 최근 들어 글로벌 무역량이 매년 늘고 있고 개인 단위의 해외 ‘직구’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사의 필요성은 계속 부각될 전망이다.

박병관 관세사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무역업무를 담당하다 관세사라는 직업에 눈을 뜨게 됐다고. 관세사 시험에 합격해 자격을 갖춘 그는 대형 관세법인에서 업력을 꾸준히 쌓아왔고, 작년 관세법인 마스트를 창업해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그는 관세사가 비교적 안정적이고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최근 들어 업계 간 통관수수료 경쟁과 경쟁입찰방식 도입 등으로 업계가 레드오션화 하고 있어 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박병관 관세사는 관세사 지망생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다양한 분야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으며 고소득도 가능하지만 시험이 날로 어려워지고 경쟁도 치열한 만큼 자격 취득 이유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장기간의 수험 생활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박병관 관세사와의 일문일답.

Q. 관세사라는 직업을 접했을 때 관제사의 유사 직업군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구체적으로 관세사 어떤 직업인가.

A. 관세사는 ‘관세’라는 세금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회계사나 세무사와 성격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입기업만을 그 고객으로 하기 때문에 1년에 선발하는 숫자도 매우 적고,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Q. 해외직구가 활발한 요즘 추세로 본다면 일이 굉장히 많을 것 같다.

A. 해외직구의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해외직구물품에 대한 수입통관이 늘어나 관세사의 업무량 또한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해외직구의 대다수는 기업이 아닌 개인이 수입하는 소액물품 경우에는 관세사를 통한 정식수입신고 없이(관세 부가세 면제) 통관까지 완료돼 굳이 관세사가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직구물품이더라도 목록통관기준금액(150불, 미국은 200불)이 초과되거나 목록통관배제대상물품에 해당되면 정식 수입통관이 이뤄지고, 저희 관세사들이 돕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다.

Q. 우문이겠지만 관세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모두 합격한 후 6개월의 실무수습을 거치면 관세사로서 정식으로 활동할 수 있다. 1차시험은 보통 3월말 경에 시행되며, 관세법, 회계학, 내국소비세법, 무역영어 4개의 과목을 평균 60점 이상, 과목별 40점 이상이면 합격한다.

2차 시험은 보통 6월말 경에 시행된다. 관세법과 관세율표 및 상품학, 관세평가, 무역실무(대외무역법 및 외국환거래법 포함) 과목별 40점 이상자 중 상대평가로 상위 90명만 최종 합격을 하게 된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을 합격한 당해와 그 다음해까지 2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그래서 다음해까지 2차 시험을 합격하지 못한 경우 다시 1차 시험부터 치러야 한다.

최근에는 경쟁률과 난이도가 대폭 상승해서 전업수험생 기준으로 평균 3년이상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Q. 관세사라는 직업의 안정성은 어떤가 이른바 말하는 ‘사’짜 직업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가나.

A. 다른 전문자격사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관세사 역시 경쟁이 심하다. 특히, 주수입원인 수출입통관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그러나 수출입통관업무의 특성상, 한번 수임하게 되면 장기간 관계를 지속한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작은 관세사무소라 하더라도 대기업의 통관업무를 오랜기간 도맡아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양한 자문과 컨설팅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관세사의 주수입원인 ‘수출입통관’에 대한 적정한 수수료만 유지된다면 관세사는 어떤 직업보다도 안정적이고 정년 없이 오래할 수 있는 직업이다.

Q. 조금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해외직구 사업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관세 문제에 세심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은 것도 사실이다. 관세 전략, 어떻게 해야 하나

A. 첫번째, 사전에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아야한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발급사이트에서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두번째, 목록통관대상물품과 비대상물품을 구분할 줄 알아야한다. 목록통관대상물품은 운송료나 세금까지 합산한 물품 가격이 150불이하(미국발 200불)에 해당하는 물품이다. 주류나 담배, 기능성화장품, 총포류, 일부 의약품 같은 품목은 가격과 상관없이 정식 수입신고를 통해서만 수입 가능해서 관련된 법상 요건이 맞아야만 수입통관이 가능하다.

세번째, 소액물품면세제도와 자가사용 인정기준을 이해해야 한다. 목록통관배제대상물품의 경우에는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물품가격에 상관없이 정식 수입신고를 해야 한다.

네번째, 관세와 부가세 등 수입시 부과되는 세금을 계산할 줄 알아야한다. 간혹 150불까지는 면세이므로 초과되는 150불에 대해서만 8%를 적용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품가격이 면세기준가격을 초과할 경우는 전체가격에 관세가 부과된다는 것을 반드시 아셔야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직구로 물품을 수입했다가 수입한 상태 그대로 6개월 이내에 다시 수출(반품)하는 경우에는 관세를 환급 받을 수 있다.

Q. 관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관세사는 최근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도전하는 인기 있는 자격사가 됐다. 관세사가 되면 본인의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또, 경력이 쌓일수록 고소득이 가능한 전문자격사이다.

관세사는 무역분야의 국내 유일한 전문자격사로 명실상부한 관세와 무역분야 최고의 전문가이자 컨설턴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다만 관세사 시험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난이도도 매년 상승하는 만큼 관세사를 꿈꾸는 후배들은 단단한 각오와 절박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기 어렵다. 1차 시험을 합격한 10명 중 단 1명만이 관세사자격증을 거머쥐게 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도 있다. 그래서 관세사에 도전하기 전 스스로 관세사 자격을 취득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현직에 있는 관세사와의 상담 등으로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인지, 수년간 전업 수험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해서도 잘 체크해야 한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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