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사장(64)이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50)를 폭행한 혐의로 약식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부지검은 3일 손 사장을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업무상 배임 및 협박, 명예훼손, 무고 등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김 씨에 대해서는 공갈미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약식기소(略式起訴)란 약식절차에 의한 검사의 재판청구를 말하는 것으로 피의자에 대하여 징역형이나 금고형보다 벌금형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기소와 동시에 벌금형에 처해 달라는 뜻의 약식명령을 청구한다.
피의자를 약식기소 할지, 정식기소 할지는 사안의 중대성을 검사가 판단해 결정한다.
벌금·과료 또는 몰수형을 내릴 수 있는 사건에 해당되며(형사소송법 448조),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고,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약식기소를 할 경우에는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즉 판사는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인을 법정에 출석시키지 않은 채 수사기록서류만으로 재판을 하게 된다.
손 사장은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김 씨를 폭행한 혐의 등으로 피소됐다. 김 씨는 2017년 4월 손 사장이 경기도 과천시 한 주차장에서 낸 교통사고를 취재하던 중 손 사장이 기사화를 막기 위해 JTBC 자신에게 작가직을 제안했고 이를 거절하자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손 사장은 김 씨가 지난 2017년 과천에서의 접촉사고를 빌미로 채용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김 씨는 오히려 손 사장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일자리와 투자 등을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문자메시지 한 통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손 사장 측이 자신에게 월 수입 1000만 원이 보장되는 용역 사업을 주겠다"는 회유성 제안을 했다며 "이는 (JTBC에 대한) 손 사장의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 씨 측에 수신된 해당 문자에는 손 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월 수입 1000만 원을 보장하는 2년짜리 용역 계약을 제안하면서 "월요일 책임자 미팅을 거쳐 오후에 알려주겠다"라고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세부적 논의는 양측 대리인 간에 진행해 다음주 중 마무리하겠다"라는 언급도 있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10일 오후 11시 50분께 서울 상암동의 한 일식 주점에서 손 사장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사건 다음날 인근 파출소를 방문해 직접 신고한 바 있다.
김 씨는 경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17년 4월16일 심야 시간에 손 사장이 경기도 과천의 한 교회 인근 공터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이탈해 도주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라며 "사고 직후 피해자들에게 추적당해 4차로 도로변에 정차했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상황이 마무리됐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사고 피해자들은 조수석에 젊은 여성 동승자가 있었다고 전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이같은 사실을 덮기 위해 손 사장이 자신에게 앵커브리핑 작가직 채용을 제안했으며 자신이 이를 거절하자 폭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 사장 자신의 팬카페에 "긴 싸움을 시작할 것 같다. 모든 사실은 밝혀지리라 믿는다. 흔들리지 않을 것이니 걱정말라"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손 사장은 심야시간 과천 교회 주차장을 찾았다가 접촉사고가 난 경위에 대해서도 "화장실에 가려고 공터에 갔다가 사고가 났다. 사고 여부를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손 사장에 대해 약식기소 한 배경에 대해 "김 씨가 폭행치상으로 고소했지만 판례에 따르면 치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 자연적 치유가 아니라 병원의 진료가 필요할 것 등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면서 "김 씨에게 이러한 정황이 없다고 검찰이 판단해 폭행죄만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승 연구위원은 "폭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규정되어 있고 양형기준에서도 일반 폭행인 경우 폭행이 경미하고, 진지한 반성과 형사처벌의 전력이 없는 경우에는 감경구간에서 결정되고 이 경우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식청구가 있는 경우 검찰이 구형한 벌금을 납입하면 사건이 종결된다"면서 "다만 손 사장이 벌금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종래와 달리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징역형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 사장은 지속되는 시청률 하락세 속에 지난 2일 JTBC 메인뉴스 '뉴스룸'의 신년특집 대토론을 끝으로 6년 4개월간 몸담았던 앵커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