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사진) 몸값이 한 달 새 2억원가량 급등했다. 지난해 11월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서 매수세가 모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다보니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삼익비치타운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억4800만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서울 마포 구축 아파트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5억~6억원에 거래됐다. 그러다 8월에 7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9억원 문턱을 뛰어넘었다. 전용 115㎡는 같은 달 최고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남천동 J공인 관계자는 “광안리 바다 조망이 가능한 300동대 1호 라인(전용 84㎡ 기준)은 11억원까지 호가한다”며 “지난달 거래가 많이 돼 매물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1978년 준공한 이 단지는 33개 동, 3060가구로 이뤄졌다. 재건축을 통해 2022년까지 12개 동(지상 40~61층), 3517가구로 탈바꿈한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지금은 건축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광안리 앞바다와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데다 지하철역(남천역)이 가까워 입지가 좋다는 평가다. 1970년대 입주 이후 부산의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지난해 11월 수영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매수세가 급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요건이 완화되고 분양권 전매 제한, 양도소득세 중과조치 등 규제를 받지 않아서다. 여기에 부산 아파트값이 2년간 하락세를 보여 “바닥을 찍었다”는 심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단체로 버스를 대절해 와서 아파트를 매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부산 주택 거래량(1만7619건) 중 16.6%(2932건)가 외지인 거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12·16 부동산 대책’ 등 정부 규제를 피해 비규제지역으로 매수세가 쏠리는 분위기”라며 “부산 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지방 경기가 좋지 않아 집값이 다시 조정받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