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너구리굴' 금연 단속 첫날 100명 적발…증권사 흡연자들 '멘붕'

입력 2020-01-03 16:10
수정 2020-01-04 00:53
여의도 증권가의 ‘너구리굴’이라고 불리는 골목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단속에 나선 영등포구와 흡연자들 사이에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단속 첫날에만 100명 넘게 적발되는 등 소동이 이어졌다. 흡연구역 지정이 당연한 조치라는 목소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증권사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3일 점심시간, 한화투자증권빌딩에서 신한금융투자타워로 이어지는 골목에선 이전처럼 삼삼오오 모여 흡연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골목은 평소 증권타운 내 애연가들이 모이는 단골 장소로 항상 담배 연기로 가득해 ‘너구리굴’로 불렸다.

영등포구는 작년 10월 이 골목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뒤 이달 2일부터 적발된 흡연자에게 벌금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위워크 여의도역점 입주사 직장인 A씨는 “이전에는 골목 양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가득해 코를 막고 이동해야 했다”며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증권맨들 사이에서는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불만이 많았다. 특히 트레이딩 분야의 경우 수익을 내기 위해 촌각을 다퉈야 하는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를 흡연을 통해 해소하는 직원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직원은 “흡연구역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일방적인 조치라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영등포구는 금연구역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집중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