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오는 4월 임기(4년)가 종료돼 한꺼번에 교체될 예정이다. 총 7명의 금통위원 중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5명 중 80%가 새 얼굴로 바뀌는 것이다. 부총재도 8월 임기가 끝나 교체폭은 더 커진다. 이런 무더기 교체는 국가경제와 국민 삶에 전방위 영향을 미치는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
2016년에도 금통위원 4명이 무더기로 교체돼 혼선을 빚었다. 임기가 겹친 것은 2010년 한 위원의 임기종료 후 후임 인선을 미루다 2012년 다른 기관 추천 위원들과 함께 임명한 탓이다. 4년마다 위원 4명의 동시 임명·퇴임이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돼 2018년 한은법을 고쳐 2명(한은·금융위원회 추천)의 임기를 1회에 한해 3년으로 줄였다. 따라서 4명 동시 교체는 올해가 마지막이긴 하다.
그런 취지라면 이번부터 무더기 교체라는 후진적 행태를 개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억지로 3년짜리 위원을 둘 게 아니라, 기존 임기만료 위원 4명 중 2명을 1년간 연임시켜 내년에 바꾸면 된다. 이 경우 임기가 2022년 1명, 2024년 2명, 2025년 2명으로 분산돼 금융시장의 우려도 해소된다. 그러려면 한은법을 다시 고쳐야 하는데, 임기 분산을 위한 ‘원 포인트 개정’은 논란거리도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결단만 내리면 된다. 아직도 금통위원 자리를 정권 전리품으로 여긴다면 그게 적폐다.
경제규모 세계 12위이고 금융시장 선진화를 지향하는 나라라면 통화정책 시스템을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해야 한다. 금통위가 그런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다. 금통위원 선임에 대한 정부 간섭을 지양하고 위원 구성도 더 다양하고 독립적·중립적으로 이뤄지게 해야 할 것이다. 금통위원 임기 4년은 미국(14년), 일본(5년) 등에 비해 짧고, 정치적 바람을 많이 탄다는 지적도 있다. 금통위를 보다 선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