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오는 6일께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검찰 조직 장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현 정권을 겨냥해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라인 등이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 “검찰개혁 요구는 역대 최고조”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17차례 언급했다.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와 지지는 역대 최고조에 달해 있다”며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소관 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병아리가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기 위해선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 ‘줄탁동시(啄同時)’를 언급하며 검찰을 향해서도 개혁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추 장관은 “밖에서 알을 깨려는 사람은 바로 국민이고, 안에서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려는 사람들은 검찰 조직이 아니라 개별 검사들”이라며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위상 강화를 이뤄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추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받들고 국정운영을 보좌하는 법무 분야 최고 책임부처로서 정상적인 위상을 회복해가겠다”며 “법무부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것이 ‘검찰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관례에 따라 이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강남일 대검 차장,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검찰 간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석열, 측근 물갈이 땐 반발 가능성”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첫 검찰개혁 행보로 6일께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이동 조치를 내릴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조국 가족비리’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의 지휘라인에 있는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서울중앙지검의 배성범 검사장, 신봉수 2차장, 송경호 3차장 등도 대상이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과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에서 활동한 이종근 법무부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 등이 중용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평소 ‘형님 리더십’을 선보인 윤 총장이 만약 측근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추 장관을 향해 공개 반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윤 총장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검찰 구성원들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검사들이 항의 표시로 줄사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 장관이 취임한 이날 박균택 법무연수원장(고검장)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날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추 장관의 측근인 정모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소환을 요구한 것은 한참 전인데 공교롭게도 날짜가 겹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추 장관을 향해 ‘견제구’를 던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같은날 자유한국당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추 장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배당하며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도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