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먼저 알아본 천연화장품 아이소이, 올핸 日·호주 공략"

입력 2020-01-02 17:16
수정 2020-01-03 01:07

여드름 연고를 1년간 쓴 뒤 피부가 뒤집어진 20대 학생은 이후 계속 민감성 피부로 살아야 했다. 광고회사(제일기획), 인터넷회사(마이클럽)를 다니면서 잦은 야근으로 피부는 점점 나빠졌다. 괜찮은 화장품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천연 성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화장품은 물과 화학제품의 결합물’이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화장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천연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를 설립한 이진민 대표의 창업 스토리다. 2020년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 신사동 아이소이 매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한국의 화장품은 제대로 된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피부는 천연 성분”

아이소이의 핵심 원료는 불가리안 로즈 오일이다. 이 대표가 효능을 알아내 직접 수입한다. 3000송이에서 1mL밖에 나오지 않는 최상급 오일을 화장품 재료로 쓴다. 지금은 천연 성분으로 제조한 화장품이 120여 가지나 된다.

이 대표는 “우리는 화장품회사가 아니라 교육회사 같다”고 했다. 직원들이 성분의 유해성·우수성 등을 공부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얘기다. 여드름이 심하거나 민감해서 쉽게 트러블이 나는 여성들이 제품을 써본 뒤 입사한 경우도 많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천연화장품이라는 단어를 제일 먼저 얘기했다”며 “피부가 천연이기 때문에 화학유해의심성분이 전혀 없는 천연화장품을 바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소이의 대표 제품은 ‘잡티세럼’으로 불리는 ‘불가리안 로즈 블레미쉬 케어 세럼’이다. 얼굴의 잡티를 없애주는 효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올리브영 세럼 부문에서 6년 연속 판매 1위에 올랐다. 누적 판매량만 500만 병이 넘는다. 이 대표는 “성분을 강조하는 회사인 만큼 불가리안 로즈도 1L짜리 한 병에 몇천만원짜리 원료를 쓴다”고 설명했다.

미국 홀푸드마켓 입점

해외에서도 작은 성과가 있었다. 3년 전 미국 홀푸드마켓에서 “아시아 프리미엄 화장품으로 소개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홀푸드마켓은 유기농 식품만 판매하는 프리미엄 마트다. 불가리안 로즈를 잘 아는 부촌에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 가능성을 본 이 대표는 “지금은 해외 매출 비중이 10% 수준이지만 미국 등 천연화장품에 관심이 높은 선진국에서 반응이 좋다”며 “올해는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그는 “팔 수는 있었지만 안 팔았다”고 했다.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이 저가에 대량으로 사겠다고 제안이 왔지만 브랜드 가치 하락을 걱정해 거절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마스크팩, 비비크림 같은 제품이 K뷰티를 대표하고 있지만 아이소이를 통해 ‘K뷰티는 제대로 잘 만든 화장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소이를 100년 가는 브랜드로

그가 ‘제대로 만든 화장품’만큼 중시하는 건 ‘제대로 된 회사’다. 직원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회사를 말한다. 회사에서 행복을 느끼는 직원이 ‘착한 성분’으로 화장품을 생산할 때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이 대표가 저술한 《김문정은 왜 이 회사를 10년째 다닐까?》에는 직원들의 고백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문구로 히트를 쳤던 이 대표의 과거 경험과 여성을 위한 천연화장품 개발 스토리 등을 소개한다. 또 책 제목에 등장한 김문정 팀장 등 직원들이 말하는 ‘아이소이를 오래 다니는 이유’가 줄줄이 적혀 있다. 이 대표는 “선영이로 대표되는 한국의 일반 여성들이 마음놓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일, 직원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그들의 삶의 균형을 돕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저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해외 시장 확대를 목표로 잡은 이 대표는 “딸 같은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 피부에 좋은 화장품 회사를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꼰대’가 되지 않는 게 구체적인 실행 목표”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