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예술의 쓸모는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

입력 2020-01-02 12:39
수정 2020-01-03 00:48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무엇이 인간인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는 시대에 사람답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오종우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가 《예술 수업》 이후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예술특강’책 《예술적 상상력》에서 던지는 화두다. 이런 질문도 한다. “미래에 생존 가능하고 나아가 생활력이 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저자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이미 책 제목에 나와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논리적인 지성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할 세상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성으로 분별하고 재단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하고, 전체를 한 번에 꿰뚫어 연결하고 새로운 의미를 폭발시키는 능력, 이 능력이 예술적 상상력이다.”

저자는 AI 등 기술의 발달로 급변하고 있는 지금을 ‘혁명의 시대’로 규정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원동력이 자본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해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 상상력이 꼭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그는 여섯 편의 예술 강의를 통해 ‘보이지 않은 것을 보게 하며 전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힘’인 예술적 상상력이 어떻게 문명을 일으켰는지, 위대한 예술가와 예술작품이 어떻게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창출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AI가 ‘초지능’으로 나아가는 미래에도 예술은 인간만의 활동이고 행위일까. 지금도 기계가 그림을 그리고 작곡도 하지 않는가. 저자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다. “AI의 작품은 알고리즘에 따라 데이터 혼합의 논리적인 과정을 추진한 결과물일 뿐이다. 기존 논리를 뒤집어 혁명적인 전환을 낳는 창조와는 다르다. 예술작품을 흥밋거리나 오락물로 여긴다면 예술이라 할 수도 있겠다.”

예술의 쓸모와 가치를 일깨우는 책이다. 책에 실린 그림과 문학작품, QR코드로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이 저자의 인문학적 통찰이 더해져 감동을 전한다. 《예술수업》에서 체호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을 완역해 실었듯이 이 책은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전문을 담았다. (어크로스, 296쪽, 1만7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