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 따내자"…특혜·편법으로 얼룩진 태양광사업

입력 2020-01-03 17:29
수정 2020-01-04 01:19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속도를 내던 태양광 발전 사업에서 각종 특혜·편법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가 친여 운동권 출신 태양광 사업자인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이사장을 겨누면서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임금체불 혐의로 허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지난달 27일 기각됐다. 검찰은 허 전 이사장이 직원 40여 명에게 약 5억원의 임금을 주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지만 법원은 미지급 임금·퇴직금의 지급, 피해 근로자들과의 합의를 위한 노력을 참작했다. 하지만 검찰은 임금체불 외에도 불법 하도급과 보조금 횡령 혐의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허 전 이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이미 마쳤다. 하도급 과정에서 보조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녹색드림은 2013년 설립된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업체다.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에 대한 서울시 예산이 급증한 2017년부터 급성장했다. 2016년 8억원에 불과했던 녹색드림의 매출은 2017년 37억원, 2018년 45억원으로 치솟았다.

서울 시내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사업 물량을 싹쓸이한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정도다. 허 전 이사장이 2018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2017년 서울시 태양광 사업 중 일반가구 물량의 29.5%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녹색드림이 2015년 처음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사업 업체로 선정된 이후 4년간(2015~2018년) 37억4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꺾인 것은 녹색드림이 허 전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녹색건강나눔에 불법 하도급을 준 혐의로 지난해 서울시 사업에서 배제되면서다. 현행 전기공사업법상 도급받은 전기공사를 다른 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거나 무자격 사업자에게 공사를 맡기는 것은 불법이다.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높았던 데다 급격한 외연 확장으로 비용이 크게 늘면서 녹색드림이 경영난에 시달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녹색드림은 2018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답십리동으로 사무실을 확대 이전했고, 직원 수도 20~30명 수준에서 80~100명으로 크게 늘렸다.

지난해 임금을 받지 못해 녹색드림을 퇴사한 A씨는 “사무실 임차료와 인건비가 크게 늘었지만 매출이 따라주지 못했다”며 “정부 사업 외에 실제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불법인 하도급을 준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업체는 녹색드림만이 아니다. 해드림협동조합은 서울시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무등록 업체를 기재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박승록 해드림 이사장은 진보인사들이 주도한 한겨레 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 출신이다. 옛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녹색드림의 허 전 이사장과 함께 친여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추가영/배태웅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