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해 첫날부터 대규모 시위…주최 측 "100만명 이상 도심 행진"

입력 2020-01-01 23:38
수정 2020-01-31 00:32

지난해 6월 초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첫날부터 홍콩에서 대규모 도심 시위가 벌어졌다. 주최 측은 이날 시위 참가자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빅토리아 공원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홍콩 정부에 시위대의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민간인권전선은 그동안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채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 등의 구호를 외쳤다. 쫙 편 다섯 손가락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뜻한다.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했다. 시위 참여자가 워낙 많아 행진은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대열의 선두에서는 지난해 11월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범민주 진영 소속 구의원들이 행진을 이끌었다. 이날 행진에는 범민주 진영에서 출마해 당선된 388명 구의원 중 절반 이상이 참여했다.

시위대 중에는 국제사회에 홍콩 시위 지지를 촉구하면서 성조기, 영국 국기, 대만 국기 등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위에는 40여 개 노동단체가 참여해 행진을 이끌면서 시민들에게 노조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와 행진을 허가한 홍콩 경찰은 행진 과정에서 폭력 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행진을 즉각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민간인권전선은 행진을 평화롭게 마무리하자고 촉구하면서 200여 명의 질서유지요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 있는 중국 보험사인 중국인수(人壽)보험 건물 유리창과 구내 커피숍 기물을 파손했으며, HSBC은행 지점에 있는 현금인출기와 유리 벽 등도 부쉈다.

지난해 11월 HSBC은행은 스파크 얼라이언스의 계좌를 정지했으며, 이후 HSBC은행은 시위대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시위대는 센트럴 지역에 있는 HSBC 본사 앞 사자 동상에 스프레이로 페인트를 뿌리고,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라는 포스터를 붙여놓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완차이 지역에서 화염병을 던졌으며,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곤봉, 스패너, 해머 등을 소지하고 있던 시위대 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는 13세 학생도 있었다. 전날 밤에는 경찰이 웡타이신 지역 산기슭에서 화염병 제조용으로 추정되는 석유 5통과 빈 병 51개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2시에는 시위자 5명이 툰먼 지역에서 운행하던 경전철 내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는 사건도 벌어졌다. 불이 나자마자 경전철 차량이 멈춰서고 승객들이 모두 밖으로 대피해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인근에 세워져 있던 이층버스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르기도 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행진의 최종 참가자 수가 지난해 6월9일 참가자 수(103만명)를 넘은 것으로 믿는다"고 주장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