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미엄' 트렌드에 쑥쑥 크는 오디오북 시장

입력 2020-01-01 18:37
수정 2020-01-02 01:10
매년 새해 결심 목록에 빠짐없이 오르는 게 독서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수빈 씨(28)가 올해 독서 결심을 지키기 위해 택한 것은 오디오북이다. 왕복 두 시간 걸리는 출퇴근 길에 책을 듣기로 했다. 김씨는 “책을 읽기 힘든 만원 버스나 지하철에서 주로 음악을 듣다가 최근 ‘네이버 오디오클립’ ‘밀리의 서재’ 등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며 “길에 버리는 시간을 활용해 독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듣는 책’ 오디오북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책을 보기 어려웠던 장소나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기계음을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바꾸는 등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자 교보문고 등 출판업체는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최근엔 북유럽 오디오북 전문업체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네이버 등 서비스 투자 확대

네이버는 2018년 12월 유료 ‘오디오북’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1년 만에 이용자 수는 월 2만3000명으로 늘었다. 누적 사용자 수는 21만 명이다. 네이버 오디오 전용 플랫폼 ‘오디오클립’ 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오디오북은 현재 60여 개 출판사와 손잡고 1만여 종의 오디오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팟캐스트로 재미를 본 팟빵도 오디오북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1400여 종의 오디오북을 제공한다. 팟빵은 최근 오디오북 제작을 목적으로 한 창작 문학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오디오북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웨덴 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스토리텔’이 국내에 상륙했다. 스토리텔은 25개 이상의 언어로 된 총 34만 종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800개 출판사·유통사와 협력한다. 월 1만1900원에 한국어·영어 완독형 오디오북 5만여 권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구독경제 확산 트렌드를 반영한 월정액제 서비스도 나왔다. 책을 요약해서 읽어주거나 강의와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AI 스피커 등 오디오북 기기 다양화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오디오북 전문업체 오디언소리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국내 오디오북 유료 이용 회원 수는 3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가까이 증가했다. 오디오북은 해외에서 더 인기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4조원대에 이른다. 오디오출판협회(APA)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내 오디오북 판매는 전년대비 25% 늘었다.

오디오북 제작비용이 종이책에 비해 비싼 것은 단점이다. 녹음실 사용료, 낭독자 출연료 등 때문에 300쪽짜리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700만~8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AI 기술을 활용해 이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교육업체 대교는 AI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와 손잡고 인간 성우가 낭독한 것과 비슷한 음색으로 AI가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내놨다.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은 일반인을 성우로 쓰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AI 스피커 등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는 기기가 다양해진 것도 오디오북 시장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디오북업계에선 시장 성장의 배경으로 ‘편리미엄’ 트렌드를 꼽기도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선정한 트렌드 중 하나인 편리미엄은 ‘편리함+프리미엄’의 합성어로, 비싸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