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쉽고 더 빠른 쇼핑 서비스가 온다

입력 2019-12-31 16:10
수정 2020-01-01 01:49

지난해 국내 유통산업 시계는 빨리 돌아갔다. 과거 10년간 있었던 변화보다 더 크고 빠른 변화를 1년 동안 겪었다. 온라인 쇼핑은 일상이 됐다. 사람들은 옷과 가전뿐 아니라 과일, 야채, 고기 같은 신선식품도 온라인에서 산다. 주문한 물건이 이른 아침 집 앞에 놓여 있는 새벽배송도 이젠 특별하지 않다. 이런 변화는 쿠팡 마켓컬리 등 신생기업이 주도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은 변화에 더뎠다.

새해에는 달라질 전망이다. 유통 공룡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변화의 속도는 더 빠르게, 폭은 더 확장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가격, 편의성, 배송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더 싸게(cheaper)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는 ‘초저가 전쟁’을 2020년 첫 번째 키워드로 꼽았다. “온라인, 오프라인 구분 없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싸움이 연중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저렴한 가격’은 온라인 쇼핑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온라인보다 싼 상품이 많다. 생존을 위협받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지난해 반격을 시작했다. 올해 이런 반격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1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마트 3사가 일제히 대대적 할인 행사를 시작한다. 백화점도 초저가 전쟁에 합류한다. 아울렛보다 저렴한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를 통해 온라인과 경쟁한다. 롯데백화점의 ‘탑스’, 신세계의 ‘팩토리 스토어’, 현대백화점의 ‘오프웍스’ 등이다.

해외에선 오프라인 슈퍼마켓, 마트가 낮은 가격으로 온라인을 압도한 사례도 있다. 독일계 초저가 슈퍼마켓 알디, 리들 등이다. 이들은 브랜드가 없는 자체상표(PB)로 가격을 낮췄다.

더 쉽게(easier)

‘쉬운 쇼핑’도 경쟁력 확보에 필수 조건이 됐다. 간편 결제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결제할 때 비밀번호를 넣지 않아도 된다. ‘주문’ 버튼만 누르면 결제된다. 단계 하나를 없앤 것만으로 재구매율을 높였다. 소비자는 ‘번거로운 것’을 싫어한다.

다른 유통회사도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은 올해 ‘셀프 결제’ 시스템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줄을 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상품을 들고나오면 저절로 결제되는 ‘아마존고’ 같은 매장도 확산될 전망이다. 이마트24 등은 지난해 시험 매장을 열었다.

‘보이스 커머스’도 쉬운 쇼핑에 활용될 전망이다. 롯데는 연내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선보인다. 스마트폰을 열 필요 없이 말로 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더 빠르게(faster)

지난해 유통업계 최대 화두는 새벽배송이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대부분 유통 대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새벽배송보다 한 단계 진화한 ‘즉시배송’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쿠팡은 작년부터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받아볼 수 있는 ‘반나절 배송’을 하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이 서비스를 연내 수도권 전역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롯데와 신세계도 물류센터를 거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전국에 있는 마트, 슈퍼마켓, 백화점 등을 배송 기지로 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3시간 이내 배송도 가능하다. 중국에선 즉시배송이 이미 보편화됐다. 알리바바의 오프라인 슈퍼마켓 ‘허마셴성’은 2017년부터 30분 배송을 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