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최저임금 月 179만원…"월급 더 주고도 범법자될 수도"

입력 2019-12-31 16:06
수정 2020-01-01 10:40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직원 월급으로 기본급 175만원(주 40시간 기준 최저 월급)에 식비 10만원을 더해 185만원을 주고 있다. PC방을 하는 B씨는 기본급과 식비·교통비를 구분하지 않고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한 달에 18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A씨와 B씨 모두 2019년까지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새해부터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범법자가 된다. 누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일까. 답은 인건비를 더 많이 지출하는 A씨다.


1일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9년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이다. 주 40시간을 일한다면 월급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속도 조절에 나선 정부가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을 정했지만 앞서 2년간 29%나 오른 탓에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인상률은 2.9%지만 금액으로는 한 달에 5만160원 올랐다”며 “탁구공의 3%와 농구공의 3%가 다르듯이 앞서 많이 오른 기저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주 입장에선 직원 1인당 한 달에 5만160원, 연간 60만원가량 부담이 느는 셈인데 또 다른 문제는 2019년부터 변경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도 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2018년 5월 기본급 외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2018년 최저임금이 한꺼번에 16.4%나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이다. 개정 내용은 기존에는 기본급만 최저임금으로 인정해왔으나 기본급 외에 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해 인건비 부담을 다소나마 줄여주겠다는 취지였다.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2019년에는 상여금 중 당해 최저임금(월급 기준)의 25%를 넘는 금액과 복리후생비의 7%를 넘는 액수가 최저임금에 포함됐다.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비중은 점점 늘어나 새해에는 각각 20%와 5%를 넘는 금액이 산입된다. 2021년에는 각각 15%와 3%를 넘는 금액이 최저임금에 포함되고 이 기준선은 점차 내려가 2024년부터는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으로 인정된다. 단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 기숙사 제공이나 구내식당 식사 등 현물로 지급되는 것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A씨는 직원 1인당 인건비를 월 185만원 지급하지만 새해 적용되는 산입 범위 변경에 따라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직원에게 기본급 외에 주는 식대 10만원 중 최저임금의 5%(8만9766원)를 제외한 1만234원만 최저임금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즉 이 직원의 임금은 176만234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179만5310원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주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법정 최저임금이 달라지는 만큼 근로계약서도 확인해야 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미리 최저임금액을 고지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새해부터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규모도 줄어들어 영세 사업주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해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해 예산을 2019년보다 6400억원 줄인 2조1600억원으로 책정했다.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월평균 215만원(최저임금의 120%) 이하 근로자 1인당 월 9만원(5인 이하 사업장은 월 11만원)을 지원한다. 2019년보다 4만원 줄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