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라이버·스마트 부킹…2030세대가 불지핀 '심플패션·셀프골프'

입력 2019-12-30 17:26
수정 2019-12-31 03:01
알파고로 시작한 인공지능(AI) 열풍이 골프계까지 덮쳤다. 한계에 부닥친 용품시장 돌파구를 찾기 위한 최첨단 기술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들이 골프시장에 신규 유입되자 이들을 잡기 위한 ‘스마트 마케팅’도 덩달아 달아올랐다. 2019년 골프마켓 트렌드를 키워드로 짚어봤다.


AI-골프산업까지 휘저은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로 꼽히는 AI는 골프산업마저 파고들었다. 그중에서도 용품에 적용된 AI 기술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캘러웨이골프가 내놓은 에픽 플래시 드라이버가 선두 주자다. 이 드라이버는 사용한 거의 모든 선수로부터 호평받은 인기 제품이다. 캘러웨이골프 측은 “에픽 플래시 개발을 위해 슈퍼컴퓨터에만 약 5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캘러웨이는 이 같은 AI 기술을 통해 약 1만5000회의 구조 변경을 했고 에픽 플래시의 트레이드마크인 ‘물결 페이스’를 완성했다. ‘AI가 완성한 골프 클럽’이라는 광고로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AI 기술은 골프 예약 서비스산업에도 적용됐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카카오VX는 ‘카카오골프예약’을 론칭하며 골프산업에 새 바람을 몰고왔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과 연계한 AI ‘골프 챗봇’을 내놔 골퍼들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골프 챗봇은 알아서 이용자의 골프 스타일과 예약 패턴을 분석해 예약 정보를 제공했고,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AI의 침투에 자극받은 골프 거리측정기 제조업체 보이스캐디는 SK텔레콤과 손잡고 내년부터 AI를 활용한 골프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관용성-쉽게 멀리 쳐야 진짜 장타

신기술 홍수에서도 골프의 기본이 되는 기술을 강조한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답은 관용성이었다. 꾸준히 관용성을 강조해 온 핑(PING)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핑은 2년 전 관용성을 극대화한 드라이버 G400을 내놓아 대히트를 친 브랜드다. 지난해 G400의 다음 버전인 G400 맥스로 돌풍을 이어가며 ‘핑=관용성’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회사는 올해 G410으로 이 열풍을 이어갔다. 핑에 따르면 G410 드라이버는 올 한 해 골프존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린 드라이버 1위로 이름을 올렸다. 3년 연속 드라이버 시장을 휩쓴 것이다.

아이언도 마찬가지였다. 관용성에 중점을 둔 제품이 잘 팔렸다. 야마하는 관용성을 극대화한 풀단조 아이언 ‘RMX 파워포지드’를 올해 초 내놔 쏠쏠한 재미를 봤다. 야마하골프 측은 “역대 야마하 단조 아이언 중에서 가장 큰 관성 모멘트를 갖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심플-단순한 게 매력

‘2030세대’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골프 패션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9년 패션 키워드는 ‘심플’. 형형색색 화려한 무늬보다는 무난하면서 평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골프웨어들이 등산복을 대체했다. 아쿠쉬네트사의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이 대표적이다. 제작 과정에서 화려한 색이나 무늬를 지양하고 옷의 ‘핏’, 즉 맵시에 초점을 맞춘 것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니아를 자처하는 충성 고객층도 생겨났다. 한국에서 시작한 타이틀리스트 어패럴은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해 매출 850억원대를 돌파하더니 올해는 1000억원대를 넘길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모든 옷에 심플함을 강조하는 PXG어패럴도 올 한 해 급부상한 브랜드다. PXG어패럴은 제품을 만들 때 흰색과 검정, 회색 등 세 가지 색만을 사용한다. 한정판에 한해 다른 색을 사용하지만 카키색 등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고가 제품이지만 그동안 볼 수 없던 골프 패션의 젊은 소비자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PXG어패럴을 입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PXG어패럴은 내년부터 미국에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셀프-노캐디, 혼골族의 확산

‘2030세대’의 골프 진출은 골프장 운영 트렌드에도 영향을 끼쳤다. 올해 골프장은 ‘노 캐디, 노 카트’로 연결되는 이른바 ‘셀프 골프’가 급속도로 확산된 한 해였다. 스프링베일, 지산CC 등 지역 골프장들은 지갑이 가벼운 젊은 골퍼들을 타깃으로 앞다퉈 노 캐디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노 캐디, 노 카트’ 상품으로 골퍼들은 10만원이 훌쩍 넘는 일반 상품의 약 절반 가격에 골프를 칠 수 있다. 최근엔 캐디가 필수였던 중국 등 해외 골프까지 노캐디 골프가 유행을 타고 있다.

셀프 골프 열풍으로 캐디와 카트 없이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도 늘어났다. 대한골프협회(KGA)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체력 보강과 캐디 의존도를 줄이고자 한국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와 한국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한국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등에서 시범 운영했다. 강민구배 아마선수권대회도 캐디와 카트 없이 대회를 치러 화제를 모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