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풍선효과'…9억·15억으로 향하는 집값

입력 2019-12-30 17:18
수정 2019-12-31 02:37

‘12·16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으로 중·저가주택의 호가가 9억원과 15억원을 향해 오르고 있다. 13억~14억원 안팎 아파트는 15억원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7억~8억원대 아파트 호가는 9억원을 향해 뛰고 있다. 대출규제의 기준이 되는 가격(고가주택 9억원, 초고가주택 15억원)들이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 원천 봉쇄된 15억원 초과 주택 호가는 14억원대 후반으로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는 9억원과 15억원이 집값의 천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저가주택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초고가 아파트 호가 15억원 밑으로

30일 일선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경기 과천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면적 84㎡는 14억99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달 초까지 15억5000만원을 호가하다 ‘12·16 대책’ 이후 조정됐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면 집이 안 팔릴까 걱정하는 일부 집주인이 매도 희망가를 14억원대 후반으로 내렸다”고 전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인 과천주공5단지 전용 103㎡ 호가는 17억~18억원에서 14억8000만~14억9000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이 겹치면서 호가가 크게 조정됐다.

서울에선 올가을 전용 84㎡ 실거래가격이 15억원을 돌파한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를 조정하는 분위기다. 현석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는 14억7000만~14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이달 초 15억3000만원까지 호가하던 주택형이다. 인근 G공인 대표는 “대출이 불가능해지면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에 시세를 14억원 후반대에 맞추자는 이야기가 집주인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귀띔했다.

15억원 미만은 ‘풍선효과’

반면 15억원 미만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성동구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전용 84㎡는 지난 16일 14억96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 10월 14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최고가를 새로 썼다. 금호동4가 서울숲푸르지오2차(전용 59㎡)도 지난 26일 13억원에 손바뀜하며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달(12억원) 대비 한 달 만에 1억원 뛰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강남권에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매수할 계획이던 이들이 이 지역으로 옮겨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경기 수원시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가 지난달 초 9억원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이달 들어 12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현재 호가는 12억3000만~13억원 수준이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전용 84㎡실거래가격이 10억원 안팎인 광교신도시에선 상승세가 주춤할 뿐 호가가 떨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에서 벗어난 9억원 미만 단지도 상승세다. 경기 일산동구 백석동 일산요진와이시티 전용 84㎡는 지난 21일 7억2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 초 7억원을 넘어선 뒤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4억6000만원에 거래된 팔달구 화서 주공3단지 전용 84㎡는 이달 18일 4억88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출 규제 기준 가격 언저리에 거래된 단지도 있다. 지난 25일 마포구 상암월드컵파크3단지 전용 84㎡는 8억99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집주인은 당초 9억원이던 호가를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100만원 낮췄다. 영등포구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79㎡는 16일 8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9억원이 대출 기준 가격이다 보니 9억원에 나온 매물도 100만~300만원 깎아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9억·15억원이란 대출 기준 값에 맞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 위주여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길성/안혜원/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