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올해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포문을 연 데 이어 5G 가입자 400만명을 빠르게 돌파하며 대중화를 앞당겼다.
이통사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이라는 큰 산을 넘으며 유료방송·알뜰폰 시장도 이통3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알뜰폰 업계 역시 5G 서비스를 잇달아 개시하면서 그늘이 짙었던 알뜰폰 시장이 새 단장에 나섰다.
그럼에도 2020년을 맞는 업계의 표정은 무겁다. 저조한 5G 망 품질에 대한 고객들 불만이 상당한 탓이다. 부족한 서비스를 확충해 고객 만족을 끌어올리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알뜰폰 업계와 상생하고 시장 파이를 키우는 것도 당면 과제다.
◆ 5G 가입자 급증했지만…'LTE 우선모드' 여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통3사와 정부는 지난 4월3일 오후 11시 5G 스마트폰을 전격 개통했다. 당초 4월5일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이 상용화 일정을 앞당긴다는 소식에 5G를 기습 개통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가입자는 빠르게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약 433만명. 상용화 69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연내 누적 가입자 500만명, 내년에는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이처럼 5G 가입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이통3사가 최신 5G 스마트폰에 실은 파격적 공시지원금과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영향이 컸다. 하반기 들어 정부 눈치에 보조금 규모는 줄었지만 신제품 특수가 5G 시장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갤럭시A90, 갤럭시폴드와 LG전자의 LG V50S 씽큐 등이 잇달아 출시돼 5G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이통3사의 행복한 비명과 달리 품질에 대한 이용자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5G 속도 전쟁, 품질 경쟁이 불붙으면서 통신사들이 앞다퉈 기지국을 세우고는 있으나 여전히 기지국이 부족하다. 'LTE 우선모드'가 5G 시대의 현주소란 웃지 못할 얘기도 나온다.
5G 전국망 구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잡고 있다. 다만 이통업계는 이보다 빠른 2020~2021년에 전국망 구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는 5G망 확충에 최대한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5G 단말기는 물론이고 관련 서비스도 올해보다 다양해질 것"이라며 "기지국 구축은 지금도 가장 우선순위다. 내년에는 전국망 구축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유료방송·알뜰폰, 이통3사 중심 '재편' 성공
올 한 해 방송업계의 화두는 단연 '유료방송 시장 재편'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심사 기간만 274일이 걸렸다.
CJ헬로 인수로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 시장 2위로 올라섰다. KT를 선두로 한 1강4중 체제가 이통3사를 축으로 한 '3강 체제'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내년 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까지 성사되면 중장기적으로 케이블TV는 퇴출 수순을 밟는다. 결국 유료방송 시장은 이통3사 위주로 완전히 재편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분리 매각 우려가 컸던 알뜰폰 1위 헬로모바일도 무리 없이 품었다. 알뜰폰 사업을 하는 자회사 미디어로그와 CJ헬로(9.41%)의 점유율을 합쳐 단숨에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2위는 KT 자회사 KT엠모바일(9.1%), 3위는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8.6%)다. 알뜰폰 시장 상위 4개사가 모두 이통3사 자회사다.
하지만 정부는 이통3사의 독과점 우려보다 침체된 알뜰폰 시장을 살리고 가계 통신비를 절감하는 실익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 통신업계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알뜰폰 요금제·서비스 변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변화 조짐은 이미 감지된다. KT엠모바일은 5만원, 7만원대의 '5G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알뜰폰 업계는 5G 중저가 요금제가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5G 및 LTE 요금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와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의 요금제, 서비스 차별화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자연히 알뜰폰 시장도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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