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맞아 고교 3학년 수험생을 겨냥해 성형수술 비용을 할인해주겠다는 등의 불법 의료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술 남용,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불법 의료광고를 게재해도 영업정지 등 처벌을 받은 곳은 열 곳 중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구 데려오면 수술비 추가 할인”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 윤모양(18)은 겨울방학이 되자마자 ‘앞쌍코 성형’을 받으려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앞트임과 쌍꺼풀 등 눈가 성형수술과 코 필러 주사를 패키지로 묶어 99만원에 해준다는 한 성형외과의 수술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수험표를 지참하면 쌍꺼풀 수술을 49만원에 해준다는 의료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았다가 “앞트임을 쌍꺼풀 수술과 함께 한 번에 하는 게 좋다”는 제안을 들은 것이다.
‘수능 특수’를 노린 병원들이 눈·코·턱 성형 등 여러 부위 수술을 한데 묶어 ‘수험생 특별 할인가’에 수술해주겠다는 식으로 성형수술을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험생은 물론 같이 수술할 친구를 데려오면 “10% 동반 할인해준다”며 지인들의 수술까지 유도하는 병원도 있다. 올해 수능을 치른 이모양(18)은 “단체대화방에서 병원 광고를 돌려보거나 후기를 공유한 다음 성형수술 받을 곳을 함께 정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현행 의료법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할인·면제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한 병원 홍보업체 관계자는 “최근엔 수험생 부모를 대상으로 판촉을 하는 병원이 생겨났다”며 “구매력 있는 부모들의 지갑을 열게 하면 자녀와 부모까지 같이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작용에 대한 언급 없이 성형수술을 광고하는 건 의료업계에선 흔한 판촉 방식이 됐다는 게 병원들 설명이다.
온라인 의료광고 44%가 의료법 위반
방학 때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불법 의료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시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1~3월 보건복지부는 집중단속을 통해 앱(응용프로그램)과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불법 의료광고를 한 의료기관 278곳을 적발했다. 복지부가 조사한 의료광고 2402건 중 의료법 위반 사례는 1059건(44.1%)에 달했다. 7~8월 한국소비자원이 유튜브와 SNS 등에서 의료법 위반 의심 의료광고 833건을 추가 적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법 위반 광고를 게재하더라도 처벌받는 사례가 드물어 불법 광고 게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의료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불법 의료광고를 게재한 것으로 확인된 의료기관 128곳 중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이 이뤄진 곳은 14곳(11%)에 불과했다. 불법 광고를 올려도 열에 아홉은 사실상 제재를 받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 위반을 적용하기 위해선 불법광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병원에 대해 관할 보건소가 직접 병원 현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유인하거나 알선 행위 등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광고만으로 위법 여부를 판단해 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 겨울방학 불법 의료광고 단속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