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인근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시험 주행했다. LG유플러스가 5세대(5G) 네트워크 기반으로 차량과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자율주행 기술을 LG전자와 함께 공개 시연한 것이다. 차는 통제가 되지 않은 일반도로 2.5㎞를 15분간 주행했다.
LG는 2000년대 후반부터 성장사업으로 자동차 부품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자동차 전장(전기·전자 장치)사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LG그룹은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과 화학소재 부품 역량을 자동차 부품에 융합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급 헤드램프 업체 ZKW 인수
LG전자는 2013년 LG CNS 자회사인 자동차 부품 설계 기업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현재 VS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미국 GM의 2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등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자동차 헤드램프 선도기업 ZKW의 지분 100%를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유로(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며 자동차 부품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하게 됐다. ZKW는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에 헤드램프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량 기준 프리미엄 헤드램프 시장 5위 안에 드는 선두 업체다. LG전자는 ZKW 인수로 기존 인포테인먼트 기기, 전기차 솔루션, 안전 및 편의 장치를 비롯해 시스템 리어램프 중심이었던 자동차용 조명 사업을 헤드램프를 포함한 전 영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초에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미시간주에 약 2500만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부품 공장을 설립했다.
GM과 합작법인 세워 시장 공략
LG화학은 2000년 중대형 배터리 연구개발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1년에는 미국에 연구법인을 설립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 국내 배터리 기술이 일본에 10년 가까이 뒤처져 있었지만 LG는 중대형 배터리 분야의 시장 성장성을 인지하고 일본 업체보다 이른 시기에 도전했다. 현재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 경쟁력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에 육박하는 수주 잔액을 확보했다. 최근 LG화학은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은 약 70GWh 수준이었다. 올해는 약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2024년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체 배터리사업에서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도 장악
LG디스플레이는 유럽·미국 등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에 정보 안내 디스플레이, 계기판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시야각 기술인 ‘IPS’와 터치의 정확도를 높인 ‘인터치’ 등 독자 개발한 기술로 제품 경쟁력을 확보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판매는 2011년 누적 판매 100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5000만 대, 지난해 1분기 1억 대를 넘어섰다.
LG이노텍은 차량용 전장부품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전기차,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전장부품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 성능 및 안전과 직결된 제동·조향용 정밀모터와 센서, 통신모듈, 카메라모듈, 조명모듈 등과 전기차 부품인 배터리제어시스템, 충전용 통신컨트롤러(EVCC) 등 미래 자동차의 핵심 부품을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차량용 플렉시블 입체조명모듈인 ‘넥슬라이드-HD’, 세계 최초 5G 퀄컴칩 기반 차량용 통신모듈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자동차 원단, 자동차 경량화 부품 등 소재 부품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교통’ 영역을 차세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고, 관련 기술의 양적·질적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