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바닥 기는 경제심리… 2020 향배, '코스피·부동산' 먼저 보라

입력 2019-12-31 10:02
수정 2019-12-31 11:48


2019년 평균 경제심리지수(ESI)가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경제심리지수(ESI)란?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해 민간이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지표입니다. 경제와 관련된 일종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종합심리지수입니다. 한국은행이 조사와 분석을 거쳐 매달 마지막날 발표합니다.
경제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 '상대 지수'입니다. 100보다 높으면 소비자와 기업이 경제 상황을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낮으면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는 뜻입니다.

2019년 평균 경제심리지수는 91.70입니다. 관측 이래 최저치입니다. 2018년(95.92)보다 4.22 낮아졌죠. 뉴스래빗 분석 결과 미중 무역전쟁, 일본과의 무역 갈등 등 대내외 이슈로 하락한 코스피 지수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 크게 두 가지에 경제 심리가 동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019년 12월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말 경제는 심리다"라며 최근 경제 심리가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이 2019년을 마무리하며 확인해봅니다. 올해 경제심리는 평균적으로 어땠을까요. 홍 부총리 말대로 낙관해도 괜찮은 걸까요.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지수, 부동산 규제 정책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요.이렇게 분석했습니다<hr style="border: 3px solid #666; width: 25%; align:left" />
한국은행은 매월 원계열, 순환변동치 등 두 가지 경제심리지수를 공개한다.

원계열은 통계치에 아무런 조정을 가하지 않은 기본적인 상태를 뜻한다. 순환변동치는 원계열에서 명절이나 공휴일 수 등 계절 등 불규칙한 요인들을 제거한 수치다. 경제심리지수 중 순환변동치는 불규칙 요인 제거해 가장 마지막 달을 기준으로 2003년부터 최신까지 통계를 조정한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매월 새로운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역대 순환변동치의 모든 값이 조금씩 변한다. 기사 내 모든 순환변동치는 2019년 12월 31일 발표 기준 값들을 사용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치 경제심리지수를 모두 수집했다. 2019년 12월 31일 발표한 최신 수치까지 모두 포함했다. 경제심리지수와 비교하기 위해 코스피·코스닥 지수, 전국 주택가격상승률 등도 함께 수집했다. 뉴스래빗이 수집한 데이터를 모두 합하면 총 1217건에 이른다.

수집한 데이터를 연도별, 정권별로 비교했다. 연도별, 혹은 정권간 차이에 영향을 미친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주택가격상승률을 각각 비교해 지표 간 공통점도 파악했다. 부동산 정책이 나온 시점을 기준으로 경제심리지수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알아봤다.

경제심리지수는 매월 3번째 주 조사해 4번째 주 집계·분석한다. 4번째 주 이후에 발표된 정책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그 다음 달로 넘겨서 분석을 진행했다. 정권 구분은 취임 직후인 3월부터 정권을 이임하는 해의 2월까지로 정했다. 2019 연평균 경제심리 91.70
17년 래 역대 최저 '바닥'

2019년 12월 31일,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경제심리지수를 최종 발표했습니다.

2019년 경제심리지수는 원계열 91.78, 순환변동치 91.70입니다. 사상 최저치입니다. 2017~2018년 개선세를 보인 점과 대조적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나, 메르스 사태 여파가 남아있던 2016년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원계열 기준 2008년 93.88, 2016년 92.88로 2019년 91.78보다는 높았습니다. 순환변동치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93.54, 2016년엔 93.08로 2019년 91.70보다 나았죠.




월별로 살펴볼까요.

원계열 기준 2019년 가장 낮았던 달은 8월입니다. 88.40으로 2012년 11월(88.0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순환변동치가 제일 낮았던 달도 8월입니다. 91.10으로 2009년 5월(87.20) 이후 무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정권별 경제심리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월별로 공개되는 경제심리지수를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별로 평균을 내봤습니다. 기업과 소비자가 정권마다 경기를 어떻게 체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네 정권 중 노무현 정부의 평균이 가장 높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104대, 이명박 정부는 100대, 박근혜·문재인 정부는 각각 95대를 기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심리지수는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평균 원계열은 95.088으로 박근혜 정부(95.202) 보다 0.114 낮습니다. 평균 순환변동치도 94.997로 박근혜 정부(95.082) 보다 소폭 낮습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는 임기가 2년 남은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경제심리, 코스피에 답 있다
매달 코스피-ESI 닮는다
경제심리지수는 코스피 지수와 상당히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특히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지수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시점이 사회적 이슈가 발생한 시점과 일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주식 투자자 수는 약 560만명입니다. 국민 약 9명 중 1명 꼴인 셈이죠. 주식에 투자하는 인구가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경제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사회적 이슈를 서로 맞물려 보기 위해 정권별로 관계를 살펴볼까요.



노무현 정부 당시엔 코스피 지수가 173%나 높아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03년 2월 25일 616에서 출발해 임기 마지막 날인 2008년 2월 24일에는 1686까지 올라 역대 정부 중 최대 호황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맞춰 경제심리지수 또한 지속 상승했습니다. 순환변동치 기준 2003년 3월 93.70으로 시작해 2008년 2월 108.80으로 정권을 마감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심리지수와 코스피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2008년 정권 시작과 함께 맞이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코스피 지수가 1000원대 코앞까지 떨어졌기 때문이죠. 경제심리지수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2008년 12월에는 원계열 수치가 55.40까지 떨어지면서 측정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정권 기간 중 이따금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2013년 2월 순환변동치 92.00으로 임기를 마감합니다. 정부 출범 당시(2008년 3월, 순환변동치 106.6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제적 요인보다도 국내에 사회적 이슈가 많았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죠. 각 사회적 이슈의 영향을 받아 2014년 2월 101.00이던 원계열 수치가 7월 93.10으로, 2015년 4월 101.70이던 원계열 수치가 6월 88.70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코스피와 경제심리지수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시점과 2019년 한일 무역 갈등 시점이 코스피 및 경제심리지수 하락 시점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들어 코스피와 경제심리지수 간의 관련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9년 10월 '한국 경기판단과 전망: 3가지 질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이후 월평균 코스피지수와 경제심리지수의 상관계수가 0.655에 달한다"며 "금융위기 이후인 2011~19년 구간에서는 0.732로 높아진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제심리 따라 주택가격 '출렁'
부동산 정책, 경제심리 직격탄

뉴스래빗 분석 결과 코스피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경제심리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심리지수와 전국 주택가격상승률을 대조해보면 오름세와 내림세가 시간 간격을 두고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 다른 지표인 만큼 높낮이에 차이는 있지만, 주택가격상승률과 경제심리지수가 유사한 패턴을 보입니다. 정권 별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보다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경제심리지수와 주택가격상승률이 더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7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경제심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입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모두 경제심리가 비관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지만, 부동산 정책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체로 완화 정책이 실시됐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규제 정책이 강화됐죠.

최근 두 정권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정부 때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경제심리지수가 더 많이 하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4년간 총 19건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습니다.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경제심리지수가 하락한 달은 총 52.9%로 나타났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3년 동안 19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죠. 2019년 12월 정책 2개는 아직 대조할 수 있는 주택가격 상승율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발표에서 제외했습니다. 정책 발표 이후 그 다음 달 경제심리지수가 하락한 달은 61.5%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심리가 동요한 경우가 9% 가량 더 많았던 셈입니다.

2020 경제심리 향배
'코스피·부동산'에 답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1월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현 정부에서는 부동산을 경기 부양책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좀 장담하고 싶습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터로 보면 지금까지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가 경제 심리를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대외적인 여건 악화와 더불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 이후로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경제심리지수의 하락세를 부추긴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코스피 지수와 부동산 가격에 따라 경제심리지수가 동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톡데일의 페러독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절망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은 2019년 연 평균 경제심리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새해에는 더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 수 있길 기대합니다.



# DJ 래빗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어보려고 합니다. 더 많은 DJ 래빗을 만나보세요 !.!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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