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동산 국유화의 전단계인 '부동산 국민 공유제'를 서울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세제 및 정책의 실질적인 운용 권한을 중앙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시장은 2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서울시가 먼저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어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7일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부동산 공유제 구상을 밝힌 지 열흘 만에 공식화한 것이다.
박 시장은 구체적 방안으로 가칭 부동산 공유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시 차원의 기금을 만들어 기업과 개인에게 토지와 건물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는 시가 환수한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 이익으로 기금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액, 개발부담금, 기부채납 등을 검토 중이다. 기금 규모와 세부적인 재원 마련 방법은 추가 논의를 통해 확정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박 시장은 또 "'부동산가격 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 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공시가는 실제 시세의 70%에 불과해 불로소득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박 시장의 판단이다.
박 시장은 "권한과 재정에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늘 그랬듯 새로운 도전으로 전국의 다른 지방정부를 견인하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함께 나아가겠다"며 "정치권도 힘을 합쳐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기금 재원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기금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공유제를 실현하겠다는 박 시장의 구상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공시지원센터도 근본적인 공시제도 개선 없이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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