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성과주의 인사…'40대 별'이 빛났다

입력 2019-12-27 17:43
수정 2019-12-28 01:12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58)을 현대로템 대표에,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61)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차증권 대표에 각각 내정했다.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의 임원 20~30%를 퇴진시키는 대신 40대 초·중반 신규 임원을 대거 발탁하는 등 ‘세대교체’도 했다.

잇따른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을 젊게 변화시켜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동차산업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수시 임원 인사를 27일 발표했다. 대표적 ‘기획·재무통’으로 꼽히는 이 사장을 현대로템 대표에 내정했다. 그는 현대차 경영기획담당과 현대위아 기획담당, 현대차 기획조정3실장(부사장) 등을 거쳐 현대차증권을 이끌어왔다. 앞으로 현대로템의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조정 등을 진두지휘한다. 이달 초 우유철 부회장에 이어 이번에 이건용 대표(부사장)가 현대로템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차증권 대표에 기용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재경본부장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현대차증권의 리스크(위기) 관리와 내실 경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양희원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보디(차체)담당 전무(56)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차체설계 전문가로, 향후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과 관련한 차세대 편의·제어 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선 연구개발(R&D) 부문 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순일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설계실장(45) 등 40대 초·중반 실장급들이 대거 신규 임원으로 발탁됐다. 현대차의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53)과 금우연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56) 등은 전무로 승진했다. 1970년대생 전무도 나왔다. 설영흥 전 중국사업총괄 고문의 아들인 설호지 현대차 중국전략담당 전무(43)와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45) 등이다.

여성 임원 세 명도 신규 선임됐다. 이인아 제네시스 고객경험실장(46)과 이형아 현대차 지역전략팀장(49), 송미영 현대·기아차 인재개발1실장(43)이 각각 상무로 승진했다. 성대운(48)·한용하(49) 현대·기아차 책임연구원은 미래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연구위원으로 각각 선임됐다.

올초 SK텔레콤에서 영입한 설원희 현대차 미래혁신기술센터장(부사장)과 김승진 현대차 사업관리본부장(부사장) 등은 이번에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마다 10~20%의 기존 임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과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실적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는 임원 20~30%를 물러나게 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4년간 퇴임 임원 수를 평년보다 늘렸다. 한때 1000여 명에 달하던 그룹 임원 수는 800여 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연말 정기 인사를 없애는 대신 수시 인사 체제로 전환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