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에 'HDC 날개'…정몽규의 모빌리티 꿈이 날다

입력 2019-12-27 17:40
수정 2019-12-28 01:13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27일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과 각각 주식매매계약(SPA),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매각 공고가 나온 지 5개월 만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다.

HDC컨소시엄은 이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6868만8063주를 3228억원(주당 4700원)에 인수했다. HDC컨소시엄은 2조1772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도 참여키로 했다. 구주와 신주를 합친 총 인수금액은 2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HDC현산은 2조101억원, 미래에셋대우는 4899억원을 각각 부담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HDC현산이 61.5%, 미래에셋대우는 15.0%를 확보하게 된다. 막판 쟁점이 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우발 채무에 대한 금호산업의 손해배상 한도는 약 320억원(구주 가격의 9.9%)으로 결정됐다.

HDC컨소시엄의 인수로 아시아나항공 자본은 약 1조1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가량으로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660%에서 300% 아래로 떨어진다. 재무구조는 대한항공(부채비율 880%)보다 건전해진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서 건설, 항공, 유통 등을 아우르는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재계 순위도 33위에서 18위로 올라서게 된다. HDC신라면세점, HDC리조트 등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은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신규 자금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갖추게 된다”며 “HDC그룹과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 종합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HDC컨소시엄이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계약에서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의 전 계열사가 인수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증손회사는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2년 내에 에어부산(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 등의 지배구조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주식을 더 사든지 매각하든지 해야 한다는 얘기다. HDC현산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국내외의 기업결합 신고 등 서류상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증손회사 지분 문제도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며 “2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어떤 게 회사에 이익인지 잘 따져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