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지정된 출판사·저자, 소송 11년 만에 국가배상 받는다

입력 2019-12-27 15:03
수정 2019-12-27 15:04

국방부로부터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을 펴낸 출판사와 저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1년 만에 국가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8부(부장판사 설범식)는 후마니타스, 보리 등 출판사와 홍세화, 김진숙 씨 등 저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2008년 국방부가 허영철의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보리), 김진숙의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등 23개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데 대해 “언론·출판의 자유와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이 책들은 국가 존립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해치는 책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사회 일반에서 양질의 교양 도서로 받아들여지는 책들이 포함돼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관련 서적들은 불온서적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충분한 심사를 거치지 않은 채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대 내 반입을 금지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출판사와 저자 일부에게 각 200만∼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