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국채 매입 확대"…내년 시중에 돈 더 푼다

입력 2019-12-27 17:30
수정 2019-12-28 01:25
한국은행이 경기 진작을 위해 내년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고채 매입을 늘리고 기업 대출 창구를 넓히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기준금리 변동 외에 유럽과 일본이 도입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연구에 나설 뜻도 공식화했다.

한은은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한은은 “시장 상황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통로를 점검하고 국채 보유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국채 매입을 늘리겠다고 언급한 것은 내년 국채 발행물량이 증가하는 것과 맞물린다. 정부는 내년 국채 발행 규모를 올해보다 28조5000억원 늘린 130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국채 공급이 증가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시장금리가 치솟는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낮춘 한은이 이 같은 구축효과(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로 시장금리를 밀어 올려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를 차단하기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현재 16조원가량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 물량 가운데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는 2조5000억원어치에 이른다. 한은은 내년 국채를 2조5000억원어치 이상 사들일 방침이다. 한은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 쇼크’로 국채 금리가 치솟을 당시처럼 시장 안정 목적으로 국채를 사들일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일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대출할 때 담보로 잡는 증권(적격담보증권)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정부 보증채 등으로 좁혔던 적격담보증권 인정 범위를 확대해 대출 통로를 넓히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효과가 생긴다.

중소기업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와 운용 방식을 조정하겠다”며 “금융회사가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주열 총재는 앞서 지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이외의 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양적완화 검토 가능성을 밝혔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0%이거나 마이너스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을 때 중앙은행이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단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한은이 양적완화까지 고려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기준금리를 더 낮춰 자금 유출 우려가 본격화되는 상황까지 간다면 양적완화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