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범죄 혐의 소명됐고 죄질 안좋은데 구속영장 기각 왜?

입력 2019-12-27 02:13
수정 2019-12-27 02:14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귀가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시께 "이 사건의 범죄 혐의는 소명됐다"면서도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영장실질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피의자의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 등과 피의자를 구속하여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권 부장판사가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주된 이유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현재 구속 상태인 점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그의 죄질이 좋지 않고,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는 판단도 함께 내려지면서 검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향후 직권남용 등 법리를 두고 검찰과 조 전 장관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권 부장판사는 검찰에 보낸 영장 기각사유에서 "피의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유재수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17년 유재수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상대로 한 특별감찰의 중단을 결정하고, 금융위가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한 조치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형법 조항이다.

겉보기에는 정당한 권한 행사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권리를 방해한 것일 경우 성립한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자신의 휘하에 있던 특별감찰반의 감찰 권리를 막았다고 봤다.

조 전 장관이 상급자로서 내린 감찰 중단 결정이 당시 민정수석에게 허용된 재량권을 넘어섰다는 취지다.

이는 법원에서도 인정된 셈이다.

조 전 장관으로서는 일단 구속 위기는 모면했으나 험난한 앞날이 예고됐다. 그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심경을 밝힌 바 대로 '혹독한 시간'은 아직 계속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만큼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뒤 재판에서 혐의 입증에 주력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 소식에 "검찰권의 남용과 무리한 수사를 감안하면 합리적 판단에 근거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다"라며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직무권한 내에서 적절한 판단으로 감찰 결정을 내렸으며, 정무적 책임자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조국 전 장관이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비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의 칼날은 조 전 장관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유난히도 혹독했으며 먼지떨이식 수사와 모욕주기로 일관해왔다"면서 "검찰은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서 비롯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