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적폐, 관치 금융"…낙하산 논란 '기업은행장' 인사

입력 2019-12-26 13:15
수정 2019-12-26 13:16

IBK기업은행장 인사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오는 27일인 현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차기 행장 내정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가 차기 행장으로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정했지만 "낙하산 인사는 인사 적폐이자 관치 금융"이라는 노조의 거센 반발에 선임 절차는 미뤄진 상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당초 지난주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차기 은행장 선임 절차가 연기되면서, 당분간 임상현 기업은행 수석부행장(전무) 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53%, 국민연금이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책은행이다. 이 때문에 은행장을 선임할 때는 금융위원회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복수의 후보를 제청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거쳤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선임 절차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임상현 수석부행장, 시석중 IBK자산운용 사장,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다가 이달 초부터 반 전 수석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대통령 임명이 오후에 발표된다는 소식까지 퍼졌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반 전 수석은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정통 예산 관료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지역경제과장, 기획예산처 사회재정심의관 등을 지냈다. 그는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근무했지만 행시 합격 전 옛 외환은행을 다닌 경력을 제외하면 금융과의 연결고리는 전무한 상태다. "은행장으로서의 전문적 능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해 작은 규모지만 중소기업 시장에선 절대 강자의 자리에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전체 대출의 78%가 중소기업에 해당할 정도로 많았고, 지난해 1조7642억원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둘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60조8900억원이다.

경영에서는 2010년 조준희 전 행장부터 세 번 연속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를 세우면서 내부 승진 전통을 완성했다. 노조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낙하산을 보내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그토록 분노하던 '인사 적폐'를 저지르려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내부 인사인 임상현 전무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충남 부여 출신인 임 전무는 서대전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1982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후 뉴욕지점장, 경영전략그룹장, 경영지원그룹장 등을 거쳤다.

한편 청와대가 반 전 수석에 대한 임명 절차를 철회하고 임 전무 등에 대한 인사 검증에 돌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노조 성향인 문 정부가 기업은행 노조, 금융노조, 한국노총의 반대를 받아들여 대안 찾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김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7일 오후 광화문 일대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청와대가 반 전 수석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당과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금융노조는 물론이고 한국노총 집행부까지 힘을 모으고 있는 만큼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