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떠오르는 책이 성공한 사업가이자 투자가인 데이비드 키더와 노아 오펜하임 NBC 사장이 공동으로 기획해서 펴낸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365》이다.
이 책은 세상의 잡다한 지식 가운데서도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봤지만, 아리송한 것들의 백과사전식 모음집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책에 담긴 지식의 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적인 호기심으로 일상이 새로워지고 인생의 새로운 탐험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짧은 독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기획이 무척 독창적이다. 1년을 두고 하루에 한 장씩 읽을 수 있도록 365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역사, 문학, 미술, 과학, 음악, 철학, 종교 등 7개 분야를 다룬다. 각각의 주제를 한 장 분량에 담아낸다는 것은 웬만한 내공이 없이는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저자들은 이 과업을 참으로 잘 해냈다.
역사는 서양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킨 인물과 사건을 다룬다. 알파벳, 함무라비 법전, 스파르타 대 아테네, 알렉산더 대왕 등의 주제들이 다뤄진다. 문학은 위대한 작가와 오늘날까지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시와 소설을 소개한다. 율리시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할렘 르네상스, 실낙원, 호메로스 등이다. 미술은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회화와 조각, 건축물을 탄생시킨 미술가와 미술운동을 소개한다. 라스코 동굴벽화, 네페르티티 흉상, 파르테논 신전 등이 등장한다. 과학은 블랙홀의 기원에서 배터리 작동 원리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세계를 안내한다.
교양인이라면 살면서, 학교 공부에서, 혹은 독서에서 만났을 법한 주제들이 총망라돼 있다. 이 책의 다양한 주제를 읽으면서 독자는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는 나름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제 하나하나가 새로움을 선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파벳을 보자. 알파벳이 4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노예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상형문자를 간단하게 변형해서 만든 기호체계에서 파생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원전 2000년 무렵 고대 이집트 왕들은 한 가지 문제로 고심했다.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들이 이집트인들이 사용하는 상형문자를 읽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어려운 상형문자를 간단하게 표기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고, 여기서 알파벳이 시작된다.
20세기 미국 작가 중 헤밍웨이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도 없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남긴 그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문체는 간결함 속에 숨겨진 반복적이고 절제되고 자의식적인 남성적 산문체를 특징으로 한다.
“교양이란 세상에서 이야기되고 사색돼온 가장 훌륭한 것”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지성의 지평, 교양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기분을 쇄신하고, 교양을 충전하고, 새로움이 선물하는 활력을 맛보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공급하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TV·공병호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