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시장 판 바꾼 '테슬라'…모든 식품은 배달로 통했다

입력 2019-12-25 17:04
수정 2019-12-26 00:50
‘밥은 안 한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다.’ 2019년 식품업계는 ‘배달 천하’였다. 음식 배달 시장이 20조원대로, 온라인 식품 시장은 16조원대로 커지면서 음식점, 제조사, 프랜차이즈 등이 공격적으로 배달에 나섰다. 배달 시장의 성장은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앞으로도 식품업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올해 식품업계를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는 뉴트로, 마라와 흑당 등이었다. 대형 히트상품은 주류에서 나왔다.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진로이즈백이 주인공이었다.


배달, 외식업 지각 변동 일으켜

음식 배달 시장은 2015년부터 성장을 거듭했다. 1~2인 가구와 20대가 주 소비층이었지만 올해는 모든 가구와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이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 ‘2019 외식소비행태 분석’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외식 빈도는 2017년 14.8회에서 올해 13회로 줄었다. 배달 음식을 먹는 빈도는 월 3회에서 3.4회로 늘었다. 외식하는 횟수는 줄었지만 외식에 쓰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1만3000원 더 늘어난 1인당 월 30만6000원이었다.

배달 시장의 성장은 외식업의 지각 변동으로 이어졌다. 핵심 상권에 있던 한정식, 대형 횟집, 중식 레스토랑 등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기존 업체들은 배달 전문 브랜드를 내놓으며 대응에 나섰다. 놀부는 ‘타이거마라’ ‘공수간’ ‘삼겹본능’ 등 배달 전문 브랜드를 출시했다. 쌀국수전문점 포메인의 ‘포메인레드’, 스쿨푸드의 ‘스쿨푸드 딜리버리’ 등은 좌석 없이 배달만 하는 매장이다. 파리바게뜨와 카페 브랜드들도 대거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위쿡, 개러지키친 등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배달 전문 브랜드들도 등장했다.

하이트진로 9년 만의 설욕

주류 시장에서는 테라가 톱스타였다. 테라는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의 카스에 9년간 밀리자 절벽의 끝에서 내놓은 반격의 카드다. 지난 3월 21일 출시한 이후 100일 만에 1억 병이 팔렸다. 9개월간 3억3000만 병이 팔려나가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테라는 하이트진로의 소주인 참이슬과 결합해 ‘테슬라’로 불리며 시너지를 내기도 했다. 그 결과 하이트진로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영업이익은 89.6% 급증했다.

테라가 무섭게 추격하면서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재출시…뉴트로는 계속된다

사회적 트렌드인 뉴트로 열풍은 올해도 이어졌다. 역사가 오래된 식품회사들은 옛것에 새로운 감성을 더한 뉴트로만큼 반가운 소비 트렌드가 또 없다. 햄버거에서 라면과 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뉴트로 콘셉트의 제품이 재출시됐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이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4월 출시 후 지금까지 1억 병이 팔렸다. 진로의 상징인 두꺼비 캐릭터를 내세워 20~30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출시 초기 1000만 병을 목표로 했다가 열 배 이상 더 팔리며 한때 품귀현상도 빚었다. 오리온의 배배, 롯데제과의 갸또, 롯데리아의 오징어버거와 라이스버거 등이 뉴트로 흐름에 올라탔다.

선을 넘은 맛 '흑당'과 '마라'

아주 달거나 아주 얼얼하거나. 식재료 중에는 흑당과 마라도 올해 빼놓을 수 없다. 타이거슈가, 흑화당, 더앨리 등 전문 브랜드에서 시작된 흑당버블티 열풍은 지금도 확산 중이다. 이디야커피, 공차코리아 등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흑당 쇼콜라맛동산’ ‘흑당 짱구’ ‘흑당 막걸리’ 등 이색 조합도 등장했다.

혀끝을 마비시키는 매운맛 ‘마라 열풍’도 지속됐다. 중국 쓰촨지방 전통 향신료인 마라는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맛이 특징이다. 마라탕과 마라샹궈 등 전문점은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 등까지 확장됐다. 떡볶이와 김밥 등 분식과 치킨 브랜드, 과자회사, 라면회사들까지 마라맛 제품을 쏟아냈다.

다시 불붙은 '만두 전쟁'

4000억원 중반에서 주춤하던 냉동만두 시장은 다시 성장했다. 지난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4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올해 4800억원으로 역대 최대로 커질 전망이다.

시장을 키운 건 2~5위 업체들이다. 1위인 CJ제일제당 비비고가 시장점유율 45%를 지키고 있다.

업계 4위였던 풀무원은 얇은 피를 내세운 얄피만두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시장 점유율은 10%에서 15.7%로 확대됐다. 얄피만두가 12월 초 기준 1000만 봉 팔려나가면서 해태제과 동원F&B 등도 얇은 피 만두 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