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CEO 전격 교체…창사 103년 만의 최대 위기 돌파할까

입력 2019-12-24 16:22
수정 2020-03-23 00:01
세계 1위 항공기 제조회사인 미국 보잉이 창사 103년 만에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주력 항공기가 추락하고 각국 항공당국과 사이가 벌어져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보잉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보잉은 23일(현지시간) 임직원에게 보낸 성명에서 “데니스 뮬런버그 CEO는 CEO와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데이비드 캘훈 이사회 의장이 새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캘훈 의장은 다음달 13일 임기를 시작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보잉이 전례없는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뮬런버그 CEO를 경질했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1916년 창사 후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보잉이 2017년 출시한 737맥스는 기수 센서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하며 각각 189명과 157명이 숨지는 참사를 냈다. 737맥스기는 올 3월 이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항이 중단됐다.


737맥스 이전 모델인 737NG에선 3만 회 이상 비행한 동체 날개에 금이 가는 결함이 발견됐다. 각국 항공사는 올해 10월 보잉의 결함 공지 이후 잇달아 737NG 운행을 중단했다. 1993년 출시된 737NG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소형기다.

이렇다 보니 보잉을 찾는 항공사가 확 줄었다. 보잉의 항공기 인도 대수는 지난해 3분기 190대에서 올 3분기에는 62대로 3분의 1 토막 났다. 지난 7월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공사 플라이어딜이 7조원에 달하는 737맥스 구매 계약을 취소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보잉은 지난 2분기 29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지난 3분기엔 순이익 11억6700만달러로 반등했지만 전년 동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1% 감소했다.

당초 보잉은 737맥스가 연내 운항을 재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최근까지 한 달에 42대씩 737맥스를 생산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허가를 재발급하면 선주문을 받았던 737맥스를 각국 항공사에 인도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운항 재허가가 늦어지면서 대금을 받지 못해 부채가 확 늘었다. 보잉의 3분기 총부채는 지난 1분기에 비해 70% 급증했다. 보잉사는 결국 내년 1월부터 737맥스 기종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보잉이 앞으로도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FAA가 언제 운항 재개를 허가할지 미지수다. FAA는 지난 11일 “보잉이 중요한 면허 갱신 처리 절차를 서두르고 있어 우려된다”며 “면허 처리는 내년 2월 이후에나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보상금 등 향후 내야 하는 비용 리스크도 크다. 보잉은 각국 항공사의 737맥스기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금과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잉의 손실 보전금은 지난 10월 기준 최소 80억달러에 이른다. 추락사고 유족이 제기한 수십 건의 소송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 보상금과 소송 비용 등은 보잉 자체 추산으로만 100억달러에 달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칼훈 새 CEO는 737맥스 소송, 항공당국과의 관계 개선, 소비자 신뢰 회복 등 어려운 과제를 맡게 됐다”고 분석했다.

뮬런버그 CEO는 불명예 퇴진하게 됐지만 퇴직금 등으로 최소 수백억원을 챙길 예정이어서 비판받고 있다. CBS는 보잉이 뮬런버그 전 CEO에게 최고 5850만달러(약 680억원)를 지급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