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권 코드'가 공기업 경영평가의 최대 기준이어선 안 된다

입력 2019-12-24 17:50
수정 2019-12-25 00:05
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전력 등 129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퇴직금 산정 때 성과급을 포함하고 이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재정에 반영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재부는 “‘계속·정기적 성격인 공기업 성과급을 퇴직금 산정에 포함시켜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현 정부 들어 심화되고 있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실적이 나빠도 탈(脫)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등 정부 정책만 잘 따르면 높은 평가등급을 얻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우수)’ 등급을 받아 기관장이 64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1조1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B(양호)’ 등급으로 임원 6명이 성과급 3억2700만원을 받았다. 민간 기업이라면 경영진이 해임돼도 시원찮은 판에 두둑한 보너스까지 챙긴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실적’보다 ‘사회적 책임’ 비중을 크게 높이는 쪽으로 공기업 평가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다. 평가 배점 100점 중 ‘일반 경영관리’는 31점에서 25점으로 줄인 반면 19점이던 일자리 창출, 안전·환경 등 ‘사회적 책임’은 30점으로 크게 올렸다. 경영 효율성을 높일 유인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전체 순이익은 7000억원으로, 2년 전에 비해 95% 감소했다.

역대 정부들도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공기업 평가 기준을 조정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경영 효율성을 뒷전으로 밀어낸 경우는 드물다. 공기업의 궁극적 목표인 ‘공공 서비스’ 제공도 기업으로서의 영속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실은 공공 서비스 저하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사회적 책임만 강조할 게 아니라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손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