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력 좋아 업무 성과 높다" vs "고령신입 조직 융화 힘들 수도"

입력 2019-12-25 17:56
수정 2019-12-26 00:40
올 하반기 국내 대기업 건설사 홍보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모씨는 ‘올드 루키’다. 올드 루키는 다른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새로운 직장을 찾아 취직한 사람을 말한다. 김씨는 “학점 3.5점(4.5점 만점)에 오픽 IH 2등급(외국어 말하기 등급), 워드프로세스 1급 등 스펙은 돋보이지 않았지만, 언론사 인턴과 중소기업 홍보팀에서의 경력이 입사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에너지 공기업에 들어간 박모씨(38)는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세 번의 도전 끝에 합격했다. 그는 “회사가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해 나이를 보지 않은 덕분에 늦깎이로 입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합격자를 속속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은 올드 루키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올 하반기 신입사원을 뽑은 128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결산·합격 스펙’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올드 루키가 전체 합격자의 28.1%를 차지했다. 대기업·공기업 등 소위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곳에서 먼저 경력을 쌓은 뒤 입사 시험에 도전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하는 2030 직장인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30세가 넘는 신입사원이 증가한 이유로 극심한 취업난과 블라인드 채용 영향을 꼽았다. 직무 중심 채용 확산으로 기업들이 관련 분야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자를 선호한 점도 올드 루키가 늘어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자격증 취득, 어학 연수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휴학과 졸업 유예가 보편화하고 있는 것도 고령 입사자가 늘고 있는 원인으로 거론된다.

2017년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국내 공공기관들은 최종 합격자에 한해서만 신분증명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는 지원자 연령을 알 수 없다. 한 금융공기업 인사담당자는 “신입사원 최종 면접에서 대기업 차장급 정도로 보이는 지원자가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공기업 합격자 중에는 30~40대뿐 아니라 50대까지 나오기도 했다.

올드 루키 신입사원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조직 내 질서의 혼란’을 가장 우려했다. 신입사원 동기끼리 또는 대리·과장급 선배사원이 고령 신입사원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반면 올드 루키들의 회사 적응 속도가 빨라 업무 성과가 높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직장 근무 경험이 있는 신입사원의 교육 기간은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스펙으로 전공(27.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인턴 경험(15.6%) △자격증(15.6%) △대외 활동(7.0%) 등 순이었다. 학벌·어학성적(3.1%), 유학 등 해외 경험(1.6%)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반기 신입사원들 토익 성적은 평균 771점이었다. 토익스피킹은 평균 5.6레벨로, 상반기(5.8레벨)보다 약간 낮아졌다. 학점은 평균 3.5점(4.5점 만점) 수준이었다.

출신 대학은 지방 사립대학이 3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도권 대학(26.4%), 지방 거점 국립 대학(16.3%), 서울 소재 대학(15.2%), 서울·연세·고려대(4.4%) 등 순이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