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의 수도 청두에서 펼쳐진 '신한중일 삼국지'

입력 2019-12-24 13:23
수정 2019-12-24 14:05

제8차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들은 자유무역 확대를 한목소리로 외쳤지만 한·중과 일본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문재인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스촨성 청두가 촉한의 수도였던 점을 고려해 삼국지로 이날 비즈니스서밋과 정상회담을 풀어갔다. 지난 10월 태국에서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CP)에 대해서도 3국 정상 모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리 총리가 자유무역 수호를 강력히 천명한 반면 아베 총리는 원론적 수준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최근 미중간 무역갈등, 한일간 경제갈등에서 피해국으로 꼽히는 한·중과 달리 갈등 촉발 당사자격인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 리 총리 "자유무역 강화" 한목소리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두시 세기성 박람회장에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 "한중일을 이어주는 수 많은 연결고리 가운데 삼국지만한 것이 없다"며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여긴 유비와 제갈량의 충의는 동양의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중일이 상생의 힘으로 글로벌 저성장과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함께 넘자"면서 자유무역질서 강화를 포함한 3가지 협력방안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무역질서를 수호해 기업활동을 돕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 발전이 지속되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류와 협력으로 신산업을 함께 육성하자"고 말했다. 동북아평화 협력과 관련해선 "동북에서 철도공동체를 시작으로 에너지공동체 경제공동체, 평화안보체제를 이뤄낸다면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를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3국의 공통속담인 '먼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를 인용, "세계에서 우리만큼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까운 이웃이 없다. 함께 협력하며 '풍요로 가는 진보'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신뢰를 키워온 기업인이 그 주역"이라고 역설했다.

리 총리는 "삼국지연의에서 나오는 싸움의 방법이 아니라 지혜와 신의를 함께 공유하자"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새로운 봄을 열리게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 총리는 글로벌 저성장 극복을 위한 한중일FTA체결을 통한 자유무역수호에 방점을 뒀따. 그는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것은 우리의 각종 힘을 모아야 할 수 있다"며 "한중일FTA구축에 3국이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즈니스서밋에서 금융 의료 등 서비스분양의 지분보유 제한 취소도 전격 발표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일본에 무역적자를 보고 있지만 서비스 분야의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지본 보유 제한을 취소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국이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결심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아베는 "비차별적 공정무역" 방점

아베 총리도 삼국지를 소재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한중일 3국 정상들은 삼국시대 위촉오처럼 싸우는 관계가 아니다"며 "3국이 함께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새로운 삼국시대를 이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베 총리는 3국의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자유무역에 대해서는 한중과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3국 기업간 공평하고 비차별적이며 예견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서로 제공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과 관련해선 "WTO에 입박한 다자간 무역체제 강화에 함께 노력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더욱 힘차게 추진해야 한다"는 수준의 언급에 그쳤다.

청두=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