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中서 잘나가는 J뷰티 대표주자, 일제 불매 영향 無?

입력 2019-12-24 14:12
수정 2019-12-24 14:13


일본 최대 화장품 기업인 시세이도가 24일 36년 만의 현지 신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일본 도치기현 소재 '나스(Nasu)' 공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총 3곳의 신공장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중국에서 일본 화장품 'J뷰티'의 인기가 높아져 수출에 한층 힘을 쏟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불거진 만큼 대규모 투자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시세이도는 올해 나스 공장에 이어 내년에는 이바라키공장, 2022년에는 구루메공장을 연달아 가동하며 생산능력 확장에 나선다.

이는 중국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 고성장 속 J뷰티의 호조 때문이다.

글로벌 무역통계업체인 '글로벌 트레이드 아틀라스(GT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총 96억759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7% 증가했다.

국가별로 일본산 화장품이 34.8% 뛴 24억6881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한국산 화장품은 14.0% 늘어난 24억3369만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던 K뷰티가 근소한 차이지만 밀린 것이다.

J뷰티의 중국시장 호조에 비춰 시세이도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32.3%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에도 중국에서의 고성장세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시세이도의 중국 본토 내 프레스티지(고가) 브랜드 매출은 40% 이상 성장하며 전체 성장률이 위안화 기준 1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과 홍콩 등 일부지역에서 악재가 잇따랐다. 우선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면서 3분기 국내 실적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홍콩의 반중시위 사태로 인해 해당 시장의 화장품 수출 감소를 촉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세이도의 3분기 실적은 증권업계 예상치(컨센서스)에 못 미쳤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2%, 13.3% 증가한 2820억엔, 343억엔을 기록해 컨센서스를 각각 5%, 6.5% 하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세이도는 올해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올해 8월에는 연간 매출을 1조1640억엔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에는 기존 전망보다 250억∼300억엔 줄인 1조1340억∼1조1390억엔으로 변경했다. 830억엔이던 순이익 전망치도 785억∼830억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 관계 악화와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홍콩 시위가 3분기 실적뿐만 아니라, 가이던스 하향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시세이도 측은 한국과 홍콩 시장에서 지난 7월~9월 판매가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세이도의 대규모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대규모 투자 효과가 단기간에 나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JP모간증권은 "증설 투자가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공장 가동에 따른 중장기 공급 부족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아시아 수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실적 하향 조정치의 약 40%는 홍콩과 한국의 영향으로 파악되며 향후 수요 회복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지정학적 리스크로 단기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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