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은 최근 수년간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의 과거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종합자산관리회사로 탈바꿈했다. 치열한 증권업종 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대신증권의 변신은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화두인 금융투자업계에서 돋보이는 혁신 사례로 꼽힌다.
증권업계 수익 다각화 흐름 ‘주도’
대신증권의 다각화 사례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지난 7월 출범한 대신자산신탁이다. 증권사가 부동산 신탁 자회사를 출범시킨 것은 대신증권이 처음이다. 부동산 신탁사가 신규 인가를 받은 건 2009년 이후 10여 년 만이다. 이를 대신증권이 일궈낸 것이다.
대신자산신탁은 대신증권이 100% 지분을 가진 순수 자회사다. 대신증권은 이 회사를 통해 개발부터 투자, 분양까지 부동산 개발사업의 전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일단 출범 초기에는 수익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관리형 토지신탁과 담보부사채신탁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가로주택 정비사업, 도심공원 조성사업, 창업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공공성 있는 사업에 참여해 안정적인 수익 창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신자산신탁 인가는 대형 금융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얻어낸 성과”라며 “금융과 함께 부동산을 대신금융그룹의 중심 축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 간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대신F&I도 다각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2014년 우리F&I를 인수해 대신F&I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계열사는 부실채권(NPL) 비즈니스와 대체투자 부문에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며 대신금융그룹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F&I는 NPL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2위를 자랑한다. 대신F&I의 누적 세전이익은 올 들어 3분기까지 365억원이다.
대신증권은 대체투자 및 개발사업으로 보폭을 넓히는 등 신규 수익원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대신F&I가 서울 한남동 고급주택 나인원한남의 시행사로 변신했다. 국내에서 증권 계열사가 건축 시행사 역할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인원한남은 초고가 주택임에도 최근 시행한 임대 후 분양 청약에서 5.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덱스펀드 3·5년 수익률 1위
자회사 대신저축은행은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을 아우르는 탄탄한 저축은행으로 성장했다. 안정적인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과 위험(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세전이익 231억원을 올렸다. 대신저축은행은 2011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도민, 부산2, 부산중앙저축은행을 패키지로 인수해 출범한 회사다. 자산 1조6000억원, 총자본 2000억원 수준의 우량 저축은행으로 성장해 지난해에는 출범 후 첫 배당을 실시했다.
대신자산운용도 패시브 전문 운용사로서 성장 기반을 닦으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 국면에 들어섰다. 대표 상품인 ‘대신코스피200인덱스’ 펀드는 연기금이 주된 투자자다. 펀드 규모가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인덱스펀드의 3년과 5년 수익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상품이다. 대신자산운용은 패시브 투자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 등 대체투자를 확대하면서 자산 규모를 5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대신증권은 내년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성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금융공학 전문성을 살려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의 자산관리(WM)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처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덕분에 대신증권은 브로커리지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브로커리지의 빈자리를 WM, 투자은행(IB), NPL, 대체투자 등 다양한 수익원이 채우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순이익(연결 기준)은 2016년 740억원, 2017년 1158억원, 2018년 1407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올해는 3분기까지 916억원이다.
‘금융 주치의’ 양성해 서비스 업그레이드
투자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우수한 금융상품을 발굴하는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직접 우량한 투자자산을 발굴해 국내 자산가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이 법인은 같은 해 9월 뉴욕 맨해튼에 있는 빌딩에 지분투자를 했다. 우수한 상품을 직접 발굴해 투자자에게 공급하려는 게 목적이다.
지난 5월에는 대신자산운용이 일본 도쿄의 한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해외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려 단기간에 완판됐다. 대신자산운용은 최근 출범한 대신자산신탁과의 협업을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결합한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 같은 WM 서비스를 ‘금융주치의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금융주치의 서비스는 우수 영업직원의 업무를 고도화하고 표준화한 것이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지속적인 리스크 관리까지 자산관리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
70여 명의 금융주치의가 대신증권 각 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투자자와의 접점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금융기술)를 활용한 상품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기존 금융정보는 물론 고객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