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시장은 1970년대 이후 본격적인 대량생산 체제로 들어갔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사무가구 시장에선 ‘오더 메이드(주문에 맞게 별도 제작) 가구’를 상상하기 힘들다. 최근 이 시장에 ‘100% 커스터마이징(소량 주문 생산)이 가능한 사무가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회사가 등장했다. 4WORK는 업계 전문가 4명이 힘을 합친 고객 맞춤형 가구업체다. 채원중 4WORK 대표는 “소비자의 취향이 뚜렷해지면서 앞으로 소량 생산 가구가 다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부터 가구 금형 제조까지
4WORK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가구를 디자인한 하지훈 총괄디렉터(계원예술대 리빙디자인과 교수)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가구사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오세환 디자이너, 정용준 조양소파 대표(개발이사), 공간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채원중 대표가 함께 차린 회사다.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 뭉친 이유는 하나였다. 채 대표는 “규격화된 가구를 공급하는 대신 공간에 딱 들어맞는 ‘단 하나의 가구’를 직접 제작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하 디렉터와 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제조 공장을 보유한 정 이사가 제조 공정을, 채 대표가 유통을 맡고 있다.
첫 작품은 사무실 칸막이인 ‘엔드리스 파티션’. 기존 브랜드 제품의 칸막이를 책상과 연결하려면 여러 가지 부품과 마감재가 필요하다. 새로운 공간을 꾸미기 위해 칸막이를 옮기려면 시공 직원을 불러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이 제품은 나사를 돌릴 필요 없이 지퍼만 올리면 칸막이와 칸막이를 연결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마켓컬리 사무실에 납품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금형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어서다. 4WORK의 모든 의자엔 깎아 만든 듯한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금형으로 찍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 디자이너는 “금속을 깎아 금형을 만들려면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FRP)을 활용해 거푸집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차용해 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기분을 밝게 만드는 원색 사무가구
입소문이 나면서 일감이 몰리고 있다. 이달 말 안마의자가 설치된 CGV 춘천 프리미엄관에 공간 구획용 칸막이를 납품했다. 안마의자 외관과 들어맞는 칸막이를 새로 제작했다. 채 대표는 “소량 생산 가구업체를 찾지 못하던 CGV를 우연히 알게 돼 두 달 만에 설계부터 제조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최근엔 일본의 한 흡연부스 제조 회사로부터 수유 부스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아 계약을 마쳤다. 채 대표는 “획일성을 탈피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춰줄 업체가 많지 않다”며 “이 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한다”고 말했다.
4WORK의 사무가구는 모두 빨강 주황 노랑 등 알록달록한 원색이다. 회색 등 채도가 낮은 제품이 대부분인 시중 사무가구와 차별화된 점이다. 오 디자이너는 “밝은 색상으로 직원들의 기분을 밝게 만드는 ‘색상 테라피’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무게가 가벼운 사무가구도 내놓을 예정이다. 오 디자이너는 “3~4인 소규모 사무실은 무게감 있는 기존 사무가구가 맞지 않는다”며 “이들을 위한 가벼운 느낌의 사무가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