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23일 오후 2시
2020년 새해에는 SK바이오팜, 태광실업, 카카오뱅크 등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보유한 ‘대어’들이 줄줄이 기업공개(IPO)를 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어들의 잇단 상장으로 내년 공모시장은 작년 2조9763억원, 올해 3조9702억원을 넘어 4조원을 훌쩍 상회하며 증시를 뜨겁게 달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관 자금이 한정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종목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있어 우량 종목 중심으로 공모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K바이오팜, 바이오주 악재 해소 이끄나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 태광실업, 호텔롯데, 카카오뱅크 등은 내년 조 단위 안팎 또는 그 이상의 공모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거나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은 내년에 가장 먼저 조 단위 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심사 승인을 받는 대로 내년 상반기에 상장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SK바이오팜은 내년도 바이오 공모주 전반의 흥행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어 IB업계가 거는 기대가 크다. 올해는 코오롱티슈진 사태, 헬릭스미스의 임상 실패 발표 등 잇달아 터진 바이오 관련 악재로 바이오 공모주 중 다수가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SK바이오팜의 상장이 바이오주 부진을 털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텔롯데, 4년 만에 상장 재추진 가능성
신발 전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태광실업은 지난 8월 주관사단을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조1585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 순이익 1079억원을 냈다. SK바이오팜과 비슷하게 기업가치가 5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예상 기업가치가 6조원에 육박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또한 내년 증시에 상장하는 IPO 대어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IPO를 통해 ‘실탄’을 마련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르면 내년에 호텔롯데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는 2016년 롯데그룹의 면세점 특혜 등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돼 상장 시도가 한 차례 좌초됐다. 당시 IB업계가 평가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15조원 규모였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 또한 내년 상반기 신작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 출시를 전후해 IPO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IB업계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의 IPO부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대어급 IPO가 좌지우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대어급 IPO에서 손실이 나면 기관들은 거액 자금이 묶여 이후 진행되는 청약 등에 줄줄이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부장 공모주’도 관심
내년도 소규모 공모주 중에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이 인기를 끌 전망이 많다. 소부장 기업에 한해 심사 기간을 30일 이내로 단축해 주는 소부장 패스트트랙 2호 서울바이오시스는 12월 심사 승인을 받고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다.
내년도 소부장 공모주 청약 인기는 24일 상장하는 메탈라이프의 주가 향방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탈라이프는 소부장 패스트트랙 1호 기업으로,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1398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외에 내년 1~2월 상장 일정을 확정한 공모주들이 새해 벽두의 공모주 투자 심리를 좌우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코넥스 상장사인 머신러닝 및 인공지능(AI) 기업 위세아이텍은 다음달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2월 10일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