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은 감정적인 작품이어서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에게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캣츠’는 감정적인 캐릭터도 있지만 퍼포먼스 위주의 영화입니다. 용서와 관용, 친절이라는 주제를 담은 것은 두 영화의 공통점입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죠.”
영국 출신 할리우드 거장인 톰 후퍼 감독(사진)은 2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연출한 두 뮤지컬영화를 이렇게 비교했다. 그가 만든 영화 ‘킹스 스피치’는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은 국내에서 관객 592만 명을 모으는 등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24일 국내 개봉하는 ‘캣츠’ 홍보를 위해 방한한 그는 영국 이외에 한국을 유일한 해외 방문국으로 선택했다. “한국인들이 ‘레미제라블’을 놀라울 정도로 사랑하고 열광해 준 데 감사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레미제라블’에서 주연한 휴 잭맨이 한국에서 엄청난 환대를 받은 경험을 자랑하기도 해서 꼭 오고 싶었습니다.”
후퍼 감독은 여덟 살 때인 1981년 처음 본 뮤지컬 ‘캣츠’에 너무나 감동한 나머지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닳도록 들었다고 했다.
“뮤지컬 원작을 영화에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했습니다. 아직 ‘캣츠’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 ‘마법 같은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후퍼 감독이 영화화할 때 역점을 둔 대목은 무엇일까.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라인이 탄탄했습니다. 반면 ‘캣츠’는 T S 엘리엇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이어서 이야기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원작보다 사기꾼 매캐비티, 버려진 고양이 빅토리아 캐릭터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그는 특히 뮤지컬 원작에서 고양이들의 군무를 이끄는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 배역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영화가 빅토리아의 성장 스토리로도 읽히도록 했습니다. 빅토리아가 젤리클의 다양한 고양이들을 만나면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립니다. 빅토리아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빅토리아 역은 영국 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인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연기했다. 그는 “원작이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는 만큼 헤이워드가 빅토리아의 퍼포먼스와 노래를 잘 살려냈다”고 소개했다.
‘캣츠’ 원작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뮤지컬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이번 영화에 참여해 ‘뷰티풀 고스트(Beautiful Ghosts)’를 새로 작곡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연기하는 봄발루리나가 엔딩곡으로 부르는 노래다. ‘메모리(Memory)’ ‘젤리클 송(Jellicle Songs)’ 등 기존 유명 뮤지컬 넘버(삽입곡)들은 후퍼 감독이 색다른 비주얼로 담아냈다. “한 무대에서만 보여주는 공연과 달리 영화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세트에서 구현했어요, 한마디로 ‘런던에 바치는 연애편지’와 같은 비주얼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일 북미에서 개봉된 뒤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사람의 얼굴과 몸에 고양이 털과 꼬리, 귀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한 것에 대한 혹평이 만만찮다. 일부 언론은 “섬뜩하다” “공포 영화인 줄 알았다”는 등의 조롱 섞인 평가를 내놨다.
후퍼 감독은 “다양한 평가가 나오지만, 우리가 선보인 고양이의 외모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어서 놀랄 수도 있지만 마법과 같은 여정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