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식 천랩 대표 "12만명 장내 미생물 데이터가 천랩 경쟁력"

입력 2019-12-23 15:35
수정 2019-12-24 02:20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단부터 신약 개발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은 천랩뿐입니다. 우리를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기업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천종식 천랩 대표는 “장내 미생물 환경과 질병 간 관계가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헬스케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천랩은 2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지난 17~18일 시행한 일반 공모 청약에서 638.6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만 명의 장내 미생물 데이터 보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천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1993년 그는 세균을 인공지능(AI)으로 검출하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 미생물학 분야에 AI를 적용한 연구는 세계 최초였다. 그는 “장내 미생물의 99%가 세균인데 장내 미생물 환경을 해석하려면 AI는 필수”라며 “이 연구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먼저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천랩은 10여 년간 한국인 12만 명의 변을 분석해 방대한 장내 미생물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가 천랩이 자랑하는 보물이다. 천 대표는 “사람의 장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을 포함해 100~1000종의 세균이 38조 개가량 살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유익균과 유해균의 패턴을 분석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이 건강한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질환, 암 등 20여 종의 질병과 장내 미생물 환경 간 관계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도출하는 게 가능하다.

천랩의 장내 미생물 라이브러리에는 세균 296종의 유전체 데이터가 있다. 이 가운데 77종이 천랩이 새로 발견한 것이다. 천 대표는 “우리의 데이터베이스는 현재 8500회 이상 각종 논문에 인용됐다”며 “장내 미생물 데이터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세균 배양, 유전체 분석 등 뛰어난 기술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라고 했다. 천랩은 지난해부터 ‘시민과학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수천 명의 사람에게 검체를 제공받아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집중

장내 미생물 환경과 질병 간 관계는 수많은 논문에 의해 입증됐다. 천 대표는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장의 점막이 얇아져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장에 흡수가 잘 되고 병이 생긴다”며 “뇌질환은 장과 뇌의 신경이 긴밀히 연결돼 있어 장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했다.

천랩은 현재 크론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대장암 등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는 균주인 CLCC1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적응증으로 삼는 질환이 희귀난치성 질환이 많아 시장성이 클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2021년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질환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천랩의 경쟁력이다.

천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원리는 환자에게서 현저히 줄어든 장내 세균이 병의 원인이기 때문에 장에 그 세균을 넣어주면 병이 낫는다는 것”이라며 “독성이 없는 것은 물론 기존 치료제와 병용 가능해 잠재력이 크다”고 했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헬스케어서비스를 내년 1월 말 출시할 계획이다. 개개인의 장내 미생물 환경을 분석해주고 몸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출시한다. 천 대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과는 장내 미생물 특성에 따라 차이가 난다”며 “향후 맞춤형 프리바이오틱스(유산균의 먹이)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천랩은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헬스케어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데이터 확보, 해외 진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